7가지 빛깔…김초엽의 무한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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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빛깔…김초엽의 무한한 상상력
양면의 조개껍데기-김초엽 지음
2025년 08월 29일(금) 00:00
“하루만 김초엽이 돼서 나도 이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의 말처럼, 김초엽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독특한 ‘발상’에 놀랄 때가 많다. 이런 인물과 서사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한국 SF소설의 부흥을 주도한 작가 중 한명인 김초엽의 네 번째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가 나왔다. 김 작가는 국내외에서 반향을 일으킨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시작으로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사전’ 등의 작품집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왔다.

모두 7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소설집의 등장인물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캐릭터들이지만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 SF 소설의 지평을 넓힌 김초엽 작가의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표제작인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선천적으로 한 몸에 두 자아를 갖고 태어나는 외계 종족 ‘셀븐인’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여성의 몸에 여성인 라임, 남성인 레몬 두 자아가 깃든 샐리. 분리 시술을 받은 뒤 64퍼센트가 후회하고, 그중 30퍼센트는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는 통합 수술을 시도한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라임은 하루 빨리 수술을 받기 원하는 반면, 레몬은 반대 의사를 밝힌다.

자신들과 함께 해양다큐멘터리를 찍는 류경아 감독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면서 라임과 레몬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널 타자아로서 사랑하고 싶어서, 평생 동안 노력해 봤지만 잘 안된” 현실을 직시하고 “나와는 너무 다른 존재인 너”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고민하는 모습에선 자연스레 우리 속 ‘두 자아’가 떠오른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서는 인공장기 배양 회사에서 근무하다 주문자 생산 인공 피부를 만드는 솜솜 피부관리숍으로 이직한 화자가 등장한다. 고양이나 늑대처럼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라고 믿는 이들이 주고객인 가게에 어느 날 “금속 피부, 전신, 금속 종류는 무관. 단, 물이나 산성 물질에 대한 내구력이 높지 않아야 함”이라는 요구사항을 제시한 ‘수브다니’가 방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명 예술가와 연인 사이이자 공동 창작자였던 그는 “기계였다가 인간이 되었다가 이제 다시 기계가 되려는 존재”로 금속피부를 이식한 후 “완전히 녹슬고 싶어”했던 자신의 소망을 이룬다.

“마음이 무거울 땐 펑펑 울어서 물먹은 솜이 되고 기분 좋은 날은 햇볕에 바짝 마른 보송한 솜이 되는” 솜 인간을 상상하는 화자의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리움미술관 필립 파레노 전시 ‘보이스(Voice)’의 도록에 실을 작품을 의뢰받아 쓴 ‘고요와 소란’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전시를 직접 보지 않고 전시에 대한 내용도 미리 알지 못한 채 ‘보이스’라는 키워드만 참조해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그는 목소리를 갖기 시작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사람들은 어떤 거미줄에 걸린 후 자갈과 녹슨 문 등 무생물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책에는 그밖에 ‘신체성’이라는 주제로 묶인 앤솔리지 수록작 ‘달고 미지근한 슬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와 협업한 ‘진동새와 손편지’, 고향인 울산문화관광재단과 문화도시 울산 캐릭터 기획을 함께 작업하며 고래를 소재로 쓴 ‘소금물 주파수’ 등의 작품도 실려 있다.

마침 광주에서 김초엽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김 작가는 오는 9월2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극장 3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참석, 14편의 작품이 수록된 ‘행성어 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더불어 최인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행성어 서점’ 도서원화전도 9월2일부터 10월12일까지 문화전당 도서관 이벤트홀에서 열린다. <래빗홀·1만7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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