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사랑, 시대의 불꽃을 무대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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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사랑, 시대의 불꽃을 무대에 새기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안드레아 셰니에’…29~30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달빛동맹 교류공연’…정통 사실주의 무대
2025년 08월 19일(화) 19:45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오는 29~30일 달빛동맹 교류 일환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안드레아 셰니에’를 광주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격랑 속, 자유와 정의를 노래하던 한 시인이 있었다. 그의 시는 혁명의 불길 속에서 칼이 되어 돌아왔고, 사랑은 죽음으로 이어졌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혁명의 시대를 살다 간 시인과 귀족 여인, 그리고 혁명가의 질투와 신념이 뒤엉킨 비극을 장대한 음악과 무대로 풀어낸다. 뜨거운 사랑과 혁명의 서사시가 광주 무대에서 처음으로 전막으로 펼쳐진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오는 29일(오후 7시 30분)과 30일(오후 3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2025 달빛동맹 교류공연’의 일환으로 펼쳐지며 광주 관객들에게 정통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대표작 ‘안드레아 셰니에’는 실존 시인이자 외교관이었던 셰니에의 삶을 모티브로 한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1896년 초연된 이래 극적인 구성과 문학적 완성도로 호평을 받아왔으며 루이지 일리카의 대본은 혁명의 시대와 인간의 내면을 압축적으로 그려냈다.

작품은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다. 시인 셰니에는 즉흥시를 통해 혁명의 불씨를 드러내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그는 귀족 아가씨 마달레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혁명의 거센 소용돌이는 그들의 사랑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셰니에를 질투하면서도 동경하는 혁명가 제라르가 등장하며 갈등은 더욱 치열해진다. 결국 셰니에는 ‘조국의 적’으로 단두대에 오르고, 마달레나는 사랑을 택해 그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극적 서사만큼 음악적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소프라노의 절규가 담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La mamma morta)’, 바리톤의 묵직한 독백 ‘혁명의 심판(Nemico della patria)’, 테너가 부르는 명곡 ‘조국의 현실 앞에(Un di all’azzurro spazio)’ 등은 인물의 심리와 시대의 긴박함을 생생히 드러낸다. 마지막 이중창 ‘우리는 함께 죽을 것이다(Vicino a te)’는 비극적 결말을 사랑의 고백으로 승화시킨다.

이번 무대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지난해 자체 제작해 선보인 작품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지난 2~3월 이탈리아 페라라 시립극장에서 공연되어 현지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베리즈모 오페라 특유의 격정과 사실주의적 감정을 정교하게 살려냈다는 평이다.

무대 연출은 김지영이 맡았다. 그는 무대 장치의 ‘각도’를 주요 장치로 삼아 작품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원형 구조물은 장면마다 다른 각도로 회전하며 극적 의미를 확장한다. 특히 장-폴 마라의 얼굴을 형상화한 무대 장치는 정면과 측면을 달리하며 혁명의 긴장과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주 공연은 세계적 지휘자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봉을 잡고, 디오 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가 연주한다. 무용은 카이로스댄스컴퍼니, 연극적 요소는 극단 늘해랑이 더해 입체적 무대를 완성한다. 주인공 셰니에 역은 테너 호바네스 아야바즈얀, 마달레나는 소프라노 릴라 리(이윤정), 제라르는 바리톤 오승용이 맡는다.

한편 ‘달빛동맹’은 2019년 시작된 광주·대구 간 문화예술 교류 프로젝트다. 두 도시의 상징인 ‘달빛’에서 이름을 딴 이 협력은 교류의 범위를 점차 확장하며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았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최철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가 함께 문화예술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예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V석 12만원, R석 8만원, S석 5만원 등,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티켓링크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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