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디지털 두려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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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디지털 두려움 사라질까
노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10월부터 새롭게 설치되는 기기
보조인력 배치·음성안내 의무화
소상공인 “기기·인건비 부담” 호소
벌칙조항 없어 실효성 의문 지적도
2025년 08월 19일(화) 21:00
# 17일 광주시 동구 롯데리아 광주금남로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려던 60대 조모씨는 키오스크(kiosk·무인 정보 단말기)로 주문을 하려다 수십분을 헤맸다. 햄버거와 치킨에 이어 양념 소스를 추가해서 담고, 잘못 고른 메뉴를 취소하려고 ‘X’ 버튼을 찾느라 진땀을 뺀 뒤 겨우겨우 카드를 꽂았는데 ‘MS카드 인식오류’ 문구가 뜬 것이다. 조씨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기계로 주문하려면 버튼을 찾기도 불편하고 글씨도 잘 안보여서 힘들다”며 “요즘 웬만한 가게를 가도 기계로 주문해야 해 고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화관 CGV 금남점을 들른 60대 박모씨는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려다 오만상을 찌푸려야 했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자기가 찾는 메뉴가 어디 있는지 한참을 뚫어지게 봐야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참다 못한 다른 손님들이 도와줘서 겨우 주문을 하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다. 글씨가 크고 소리도 나오는,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한 전용 키오스크는 없느냐”며 “노인들이 먹는 음료도 정해져 있는데 전용 키오스크를 구비해서 몇가지 주문이라도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키오스크 설치 시 디지털 취약 계층인 노인들을 위한 편의를 의무 제공해야 한다는 법안이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새로운 법안 시행령이 적용되더라도 벌칙 조항이 없고, 소상공인들 또한 키오스크 도입 비용 상승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노인들 사이에서는 보다 실효성이 희박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노인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18일부터 전자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은 새롭게 설치되는 모든 키오스크에는 보조 인력 상시 배치 또는 실시간 음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노인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설치된 기기에 대해서는 2027년 10월 23일까지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해 이미 키오스크를 설치한 대다수 매장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개정안에 벌칙 조항을 포함하지 않아 노인의 편의를 감안한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점도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장애인 등이 이용 가능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0만원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한 것과 대조되는 상횡이다.

반면 해당 소상공인들은 노인들을 위해 키오스크에 비용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업체에 돈을 내고 키오스크를 도입했는데, 보조인력을 배치하거나 실시간 음성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더구나 법 개정안에 실시간 음성 안내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제공해야할지에 대해 명시되지 않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김형 광주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단말기 업체 측에 비용을 들이면서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부담이 많이 된다”며 “상인들도 차라리 키오스크를 포기하고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어 주문을 받는 방식을 택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하 사단법인 사회경제연구원장은 “상인들의 어려움도 공감되지만, 은행, 식당 등 어딜가도 곳곳이 디지털화돼 있어 노인들이 일상속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며 “고령화 사회에 맞물려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기기 사용 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교육과 홍보뿐 아니라 기기도 작동방식을 단순화하는 등 노인 친화적인 접근을 확장하고 법적인 보호책을 튼튼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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