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수국 한송이를 피워내기까지
백은영 작가 9월 9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서 ‘수국 그리는 여자’전
![]() ‘수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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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정원 너머로 또는 길가에 핀 수국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숭고하기도 하다. 절정을 지나 고개를 떨군 수국에서는 자연의 위대함과 겸허가 배어나온다.
수국을 그리는 작가가 있다. 백은영 작가는 뇌성마비 여성 장애인이다. 그가 수국을 그리기 위해 쏟는 열정은 가히 짐작하기 힘들다. 수국은 화려하고 아름답다기보다 처연함과 쓸쓸함, 그리고 고고함이 느껴진다.
백 작가는 수국 한 점 하나를 찍는데 무려 30여 초가 넘는 시간이 걸린다. 흔들리는 손으로 수십 번, 수백 번의 점을 찍어야 겨우 꽃 한송이를 피울 수 있다.
백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한 점 한 점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주홍 관장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완성해내는 백 작가의 모습에서 ‘신의 손길’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수국의 아름다움 이면에 드리워진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사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