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수국 한송이를 피워내기까지
백은영 작가 9월 9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서 ‘수국 그리는 여자’전
2025년 08월 19일(화) 15:00
‘수국’
‘수국’
수국은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꽃 봉우리는 여느 꽃과 견줄 수 없을 만큼 탐스럽고 정밀하다.

한여름 정원 너머로 또는 길가에 핀 수국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숭고하기도 하다. 절정을 지나 고개를 떨군 수국에서는 자연의 위대함과 겸허가 배어나온다.

수국을 그리는 작가가 있다. 백은영 작가는 뇌성마비 여성 장애인이다. 그가 수국을 그리기 위해 쏟는 열정은 가히 짐작하기 힘들다. 수국은 화려하고 아름답다기보다 처연함과 쓸쓸함, 그리고 고고함이 느껴진다.

‘수국 그리는 여자’. 백 작가의 개인전 주제다. 19일 개막해 오는 9월 9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관장 주홍)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얼핏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 구절이 오버랩된다.

백 작가는 수국 한 점 하나를 찍는데 무려 30여 초가 넘는 시간이 걸린다. 흔들리는 손으로 수십 번, 수백 번의 점을 찍어야 겨우 꽃 한송이를 피울 수 있다.

그의 수국은 여느 작가의 수국과도 어느 소담한 정원에서 마주하는 수국과도 다르다. 다소 어두우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수국은 그가 수국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단면일 수 있다. 반면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의 수국도 있다. 환상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는 그의 내면에 드리워진 또 다른 꽃세상의 모습일 것도 같다.

백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한 점 한 점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주홍 관장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완성해내는 백 작가의 모습에서 ‘신의 손길’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수국의 아름다움 이면에 드리워진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사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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