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의 시, 추모의 시, 기도의 시이며 회복과 구원의 시”
등단 35년만에 첫 시조집 '회초리 연가' 펴낸 유춘홍 시인
해남 출신 38년간 교직…“누군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해남 출신 38년간 교직…“누군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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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춘홍 시인 |
해남에서 오랫동안 교사로 근무했던 유춘홍(67) 시인이 주인공. 유 시인은 최근 시조집 ‘회초리 연가’(다인숲)를 발간했다.
작품집에는 모두 75편의 시조가 수록돼 있다. 교사로서의 단상 등을 소재로 한 15편을 비롯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모티브로 한 15편, 가족을 소재로 창작한 15편, 신앙생활과 관련된 15편, 병상에 있는 와이프를 생각하며 쓴 작품 15편 등 모두 75편이 담겨 있다.
유 시인은 예전의 은사님이었던 고(故)용진호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다. “용 선생님이 충분히 작품집을 낼 만한데 오랫동안 시집을 발간하지 않았다”며 “‘왜 안내시냐?’고 물었더니 ‘누가 나같은 사람 작품 읽어주겠소?’라는 겸양의 말이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윤 시인은 등단한지 35년 만에 책을 내게 된 배경을 그렇게 말했다. 시인의 진중한 성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회초리 연가’라는 작품의 일부분이다. 회초리는 질책이나 꾸지람 의미보다는 애정과 애틋함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체벌보다는 사랑의 징표이자 가르침과 돌봄의 상징으로 전이된다.
“동그라미 하나에/ 폈다지는 꿈이 있어// 봄바람에 가슴은/ 꽃물결로 일렁여도/ 이 밤사/ 어두운 창문/ 별을 헤지 못했더냐”(‘시험공부’)
‘시험공부’는 성적으로만 아이들을 평가하는 세태를 비유한 작품이다. 38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시인은 시험과 연관된 시간을 무수히 보냈을 것이다. ‘시험 시간’, ‘결과 반성’이로 이어지는 작품에는 제자들을 향한 연민과 사랑, 자기 성찰 등이 투영돼 있다.
“황사 바람 이는 하늘/ 달빛도 흐릿한 밤// 소쩍새 밭은 울음/ 창문을 건너오면// 고뇌를 재우지 못한/ 잔주름의 나를 본다.// 이순(耳順)의 영마루는/ 떠밀려 넘어섰나…”
위 시 ‘자화상’은 교사로서, 남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명징하게 돌아보는 작품이다. 어느새 훌쩍 나이를 먹고 ‘고뇌를 재우지 못한’ 오늘에 이른 현실을 자신만의 시어로 읊조리고 있다.
출판사 다인숲 임성규 대표는 “유 시인은 오랫동안 협회 활동을 했지만 책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학교에서 은퇴를 하고서도 몇 년이 흘러 작품집을 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품에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삶에 대한 지혜, 참회 등이 묻어난다”고 전했다.
한편 윤삼현 시인은 이번 작품집에 대해 “훈육의 시, 추모의 시, 기도의 시이며 동시에 회복과 구원의 시”라며 “언어의 행간에서 분출되는 짙은 서정성은 고스란히 심미적 가치를 획득함으로써 자아의 진정성과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한다.
한편 해남 출신인 유 시인은 전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199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했다. 남촌문학상, 무등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