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난민·성소수자…한국 사회 인권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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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난민·성소수자…한국 사회 인권 현주소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2025년 06월 20일(금) 00:00
디지털 성착취 종식을 위한 ‘텔레그램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창비 제공>
지난 2012년 몽골 출신 고등학생 민호(가명)는 귀국을 앞둔 몽골 친구 송별식에 참여했다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한국 학생의 인종차별적 언행이 발단이 돼 벌어진 싸움이 원인이었다. 싸움에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연행된 그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고 결국 강제퇴거 명령을 받는다.

민호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다.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거나 한국에서 출생한 아동 중 부모의 체류 자격 상실로 인해 더불어 체류 자격을 부여 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 아동은 ‘아동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인정 받지 못한 채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인 존재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합법 체류 기간 만료로 인해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 19세 미만 아동수가 6000여명에 이르고 통계로 잡히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민호 문제해결을 위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대책 위원회를 꾸렸고 “분명 한국에 살고 있음에도, 그 어떤 법으로도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인 수많은 ‘민호들’의 인권 찾기에 나선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하 공감)이 펴낸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인권 최전선의 변론’은 10가지 쟁점과 사례와 법정 투쟁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인권은 어디까지 왔는지 들여다본다.

공감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다. 2004년 ‘차별과 인권 침해 피해자들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후 100퍼센트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창립 후 지금까지 공감은 다양한 사례를 법원과 국회로 끌고 들어가 862건의 공익 소송 지원, 151건의 연구·실태조사, 148건의 법제도 개선활동을 펼쳐왔다.

저자들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 차별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떠한 차별도 용인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전달한다.

책은 성소수자, 이주난민, 디지털성폭력 피해 여성, 빈민, 불안정 노동자, 재난참사 피해자 등 법과 제도의 빈자리에 놓여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사례를 촘촘히 살핀다.

일명 ‘n번방’ 사건 피해자 가희(가명)의 사례를 통해 텔레그램 성착취 및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취업을 강요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언급하며 빈곤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공감의 시선은 해외로도 향해 캄보디아 빈민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한국 은행들의 약탈적 대출 실태를 고발한다. 그밖에 성소수자 난민 인정 소송,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 처분 사건, 10·29 이태원 참사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를 다룬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새로운 길을 낼 때마다 ‘연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민호를 몽골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사방으로 도움을 요청한 담임, 교정시설에서 성소수자로 적절한 처우를 받지 못하자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사건을 공론화 한 수현씨, 난민신청자의 곁을 3년간 지킨 활동가 등이다.

“어떤 노력을 해도 견고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더 많지만” 공감은 여전히 씩씩하다. 책에서 언급된 어떤 사건들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지만 공감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창비·1만 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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