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시골살이와 음식 담은 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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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골살이와 음식 담은 그림 에세이
안주는 화려하게.먹이는 간소하게-노석미 글·그림
2025년 06월 13일(금) 00:00
시골에 집을 마련한 화가 노석미는 부엌에 ‘먹이는 간소하게’라는 푯말을 걸어두었다. 법정 스님이 토방 부엌에 붙여 놓았던 글귀다. 작업실과 함께 자신의 밭과 정원을 갖게 된 그는 “조금 수고롭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먹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먹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디에 담아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는 꽤 중요하고 “먹이에 깃든 사연을 떠올려보는 것도 즐겁”기에 먹이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노석미의 ‘안주는 화려하게’와 ‘먹이는 간소하게’는 작가의 일상과 음식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화가 노석미의 그림 에세이 ‘먹이는 간소하게’와 ‘안주는 화려하게’가 나왔다. ‘먹이는 간소하게’는 지난 2017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먹이’라는 단어는 소박하고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썼다. 더불어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 동물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다 여기지 않는다는 마음도 담았다.

시골생활과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림이 어우러진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은 먹과 마커로 특징을 잡아 단순하게 그린 그림이다. 텃밭을 일구는 모습, 친구들과의 파티, 함께 사는 고양이들과의 즐거운 한 때,
마늘종파스타' <사계절 제공>
좌충우돌 시골 생활이 흥미로운 글과 함께 실린 일상 그림은 작가와 함께 그곳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음식 그림이다. 각각의 재료들과 완성된 음식, 그릇 등은 간단한 형태와 색감으로 그려져 있지만, 어떤 화려한 음식보다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더불어 그림 옆에 소개된 조리법은 너무 간단해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마늘종파스타' <사계절 제공>
34편의 글과 87컷의 그림을 엮은 신간 ‘안주는 화려하게’는 애주가인 그가 “한잔의 술도 한 줌의 먹이와 함께 촉촉하게 먹고 휴식을 갖는다”는 자세로 술과 안주에 대해 적어내려간 글이다. 소개되는 안주는 책 제목과 달리 전혀 화려하지 않다. 또 안주 뿐 아니라 반찬으로,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글은 ‘여럿이술’과 ‘혼술’로 나눠 묶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식탁에 불러모으거나, 포틀럭 파티를 할 때면 양배추롤이나 산마늘 파스타를 내놓는다. 혼술의 친구는 간단하기 그지 없다. 소시지 달걀말이, 조미김과 흰쌀밥, 오징어채 볶음 등이다. 달콤한 꽃향기를 품어내는 아까시아꽃튀김처럼 독특한 안주는 그의 필살기다.

‘소시지 계란말이’
재출간 된 ‘먹이는 간소하게’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제철 재료로 만든 먹이 이야기다. 직접 캔 달래로 지어먹는 봄의 달래달걀밥, 빗소리와 함께 부쳐 먹는 여름의 부추전, 고구마를 수확한 후 껍질을 벗겨 만드는 가을의 고구마줄기무침, 오래도록 양식이 되어준 겨울의 시래기밥 등 책 속에 사계절이 그대로 담겼다. 그밖에 마늘종파스타, 토마토 스프와 스튜, 사과파이, 오미자 효소, 밤 빵 다채로운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여전히 서툰 농부의 일상, 자연에 대한 고마움, 이웃들과의 만남, 식탁에서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 등 책에 실린 풍성한 이야기는 그가 만들어낸 음식에 다양한 맛을 더한다. <사계절·각 권 1만8000원, 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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