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 제임스 마틴 지음, 안종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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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 제임스 마틴 지음, 안종희 옮김
2025년 09월 12일(금) 00:20
어딜가든 비슷한 옷차림, 드라마 속 익숙한 가족 서사, SNS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까지.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믿지만, 실은 그 선택들 속에 이미 어떤 질서가 깃들어 있을지 모른다. 이런 ‘보이지 않는 힘’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헤게모니’다. 권력은 억압보다 동의로 유지된다. 우리가 스스로 원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미 그 방향을 설계해 놓았을 수 있다.

정치이론가 제임스 마틴은 ‘헤게모니’에서 헤게모니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정치사상의 흐름을 짚는다. 마르크스주의에서 시작해 포스트-마르크스주의, 급진 민주주의, 국제정치에 이르기까지 헤게모니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돼 왔는지를 계보학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로부터 출발한 이론의 핵심을 되짚으며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적용되는지를 조망한다.

그람시는 혁명을 단순한 전복이 아니라 대중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지속적인 실천’으로 보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문화적 헤게모니’였다. 마틴은 그람시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니코스 풀란차스, 스튜어트 홀, 라클라우와 무페, 촘스키 등의 이론과 사례를 교차시킨다. 각 장은 ‘혁명과 지배의 관계’, ‘국가와 계급’, ‘글로벌 질서’, ‘급진민주주의와 포퓰리즘’ 등 굵직한 주제를 따라 구성된다.

책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치철학의 개념을 구조와 사례를 교차하며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마르크스주의 이후 다양한 이론적 전환들이 헤게모니를 어떻게 계승·변형해왔는지 살펴보는 대목은 이론서를 넘어 동시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생각이음·1만9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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