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에서 코로나까지…문학이 그려낸 감염과 치유의 과학
미생물로 쓴 소설들-고관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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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과학. 이 두 분야 사이에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본질적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정교한 수치와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과학은 사뭇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로움과 독창성이 문학의 생명이라면 과학은 엄정한 사실과 정보가 중요하다. 얼핏 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문학과 과학은 오래 전부터 서로의 경계를 허물며 발전해왔다. 비근한 예로 카뮈의 ‘페스트’,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작품 속에서 질병은 주요한 서사를 추동하는 기제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다.
문학 속 감염과 치유의 과학을 담은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흥미로운 책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문학과 과학이 사실은 이렇게 근접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저자는 성균관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에서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관수 박사로, 그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책들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책은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문학 속 감염병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발간했으며 페스트를 비롯해 결핵, 콜레라, 매독,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모두 14가지 전염병을 다룬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결핵환자들이 있는 요양소에서 발생한 질병을 모티브로 서사가 전개된다. 잠복기를 거쳐 출현,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질병뿐 아니라 생명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소아마비가 한 사회를 무너뜨리는 양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죄의식과 두려움 등을 탐색하며 재앙이 얼마나 인간 사회를 황폐화시키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특히 몇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 19 등과 연관된 내용도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편혜영 작가의 ‘재와 빨강’,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은 감염 이후의 양상과 상흔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뤘다.
정유정의 장편 ‘28’은 바이러스와 대규모 감염 그리고 재난이 사실은 우리들 주위에 잠복해있다는 것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막연한 공포가 현실화될 때의 긴장과 공포를 스피드한 문체와 밀도높은 서사로 그렸다.
이렇듯 과학책에서 이론적으로 지식적으로 기술된 질병은 문학 작품속에서 생동감있게 구현된다. 교과서보다 더 입체적이고 논문보다 더 정교하면서도 깊이있게 묘사된 이야기는 특유의 울림을 전한다. 미래의 어떤 감염병이 출현할 지 모르지만, 인류는 머잖은 장래에 맞닥뜨리게 될 질병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계단·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자유로움과 독창성이 문학의 생명이라면 과학은 엄정한 사실과 정보가 중요하다. 얼핏 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문학 속 감염과 치유의 과학을 담은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흥미로운 책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문학과 과학이 사실은 이렇게 근접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저자는 성균관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에서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관수 박사로, 그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책들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책은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문학 속 감염병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발간했으며 페스트를 비롯해 결핵, 콜레라, 매독,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모두 14가지 전염병을 다룬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소아마비가 한 사회를 무너뜨리는 양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죄의식과 두려움 등을 탐색하며 재앙이 얼마나 인간 사회를 황폐화시키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특히 몇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 19 등과 연관된 내용도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편혜영 작가의 ‘재와 빨강’,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은 감염 이후의 양상과 상흔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뤘다.
정유정의 장편 ‘28’은 바이러스와 대규모 감염 그리고 재난이 사실은 우리들 주위에 잠복해있다는 것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막연한 공포가 현실화될 때의 긴장과 공포를 스피드한 문체와 밀도높은 서사로 그렸다.
이렇듯 과학책에서 이론적으로 지식적으로 기술된 질병은 문학 작품속에서 생동감있게 구현된다. 교과서보다 더 입체적이고 논문보다 더 정교하면서도 깊이있게 묘사된 이야기는 특유의 울림을 전한다. 미래의 어떤 감염병이 출현할 지 모르지만, 인류는 머잖은 장래에 맞닥뜨리게 될 질병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계단·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