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연계된 감정의 결이 주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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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연계된 감정의 결이 주는 울림
순천 출신 이승예 시인 세 번째 시집 ‘코드를 잡는 잠’ 펴내
2025년 06월 22일(일) 19:30
“이번 시집의 전체적인 주제는 억압의 분노,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사유입니다. 억압된 감정에서 자유로워진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를 저만의 목소리로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순천 출신 이승예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코드를 잡는 잠’(여우난골)을 펴냈다.

시인은 그동안 사건이나 이미지를 시로 치환하는 방식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는 ‘감정’에 충실해 그 결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상상과 연계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의 이미지 중심의 서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경험과 맞물린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며 “강렬한 사유는 다소 거칠지 몰라도 울림만큼은 깊고 진실하다”고 전했다.

모두 4부로 이루어진 시집은 문단에 나온 이후 천착해왔던 언어의 벽, 극한에 이르는 상상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담고 있다. 억눌려 왔던 시적 화자를 과감히 풀어놓음으로써 상상과 연계된 감정의 결은 섬세한 파동으로 전이된다.

또한 정치하면서도 세밀한 언어의 활용, 무게감이 느껴지는 시행들과 실족의 자각이 투영된 이미지들은 예사롭지 않다. 화자의 내면을 짓누르고 있던 오랜 감정의 결이 한꺼풀 벗겨지고, 독자들은 신비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시적 세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곰팡이 냄새가 흐린 불빛을 켠 둔/ 여인숙에서 하룻밤 묵어간다/ 기대어 본 적 없는 벽엔 누가 헤어지자고 했는지/ 처진 어깨들이 촘촘히 걸려 있다/ 벽지에선 목단이 피느라 한창인데/ 맞대는 벽과 투숙객의 등은 딱딱한 질감을 가졌을까”

위 시 ‘어깨들이 저린 벽’은 시인의 시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처진 어깨들’로 치환되는 어느 여인숙에는 무수히 많은 아웃사이더들의 흔적이 드리워져 있다. 화자는 그림자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의 쓸쓸하면서도 비루한 삶을 말없이 응시한다. 오늘의 시대가 잉태한 절망과 통증, 사람들 저마다의 내면에 드리워진 상처의 흔적을 그렇게 공감의 언어로 위무하는 것이다.

시인은 “시를 쓰는 그 자체가 너무도 행복하고 의미가 있다. 혼자 가는 길이지만 오롯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은 위로와 떨림으로 다가 온다”며 “앞으로도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고, 시를 쓰며, 시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시인은 2015년 ‘발견’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시집 ‘나이스 데이’, ‘언제 밥이나 한번 먹어요’ 등을 펴냈다. 제5회 김광협문학상, 제20회 모던포엠 작품상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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