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사람·가축 ‘초주검’…고수온 우려에 어민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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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사람·가축 ‘초주검’…고수온 우려에 어민 ‘초긴장’
광주·전남 온열환자 45명…폭염특보 내려진 27일 이후 34명
전남 70여 축산농가에서 닭·오리·돼지 등 3만4674마리 폐사
바다수온 상승 우려에 어민들 밤잠 설치며 양식장 관리 나서
2025년 07월 02일(수) 21:00
엿새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2일 광주 서구 금호동 한 공사장 앞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더위를 달래기 위해 얼음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전남지역에 일주일 가까이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늘어나고 가축 폐사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바다도 예년보다 빨리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식장 어업인들은 피해를 입을까 속이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사람도 지치고=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보고(5월 15일~7월 1일)된 광주·전남 온열환자수는 총 45명(광주 13명, 전남 32명)에 달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7일부터 광주에는 12명, 전남은 2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남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실외 발생(19명)이 79%에 달했다. 특히 논밭 7명(29%), 야외 작업장 6명(25%), 운동장 4명(17%) 순으로 나타나 야외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온열질환자는 최근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광주는 2022년 20명, 2023년 64명, 2024년 70명으로 늘었고, 전남은 2022년 124명에서 2023년 222명, 2024년 407명 등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3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광주와 전남 17개 시·군(나주·장성·화순·보성·광양·영암·순천·광양·구례·곡성·완도·고흥·여수·강진·무안·영광·장흥)에 폭염경보가, 해남·함평·목포·신안·진도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열대야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밤최저기온은 여수산단 26.3도, 목포, 무안 운남, 영광 염산 25.7도, 광양읍 25.6도, 강진군, 순천시 25.4도, 광주 25.3도 등을 기록했다.

◇가축도 힘들고=찌는듯한 무더위에 가축 폐사도 잇따르면서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전남도는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3만 4674마리가 폐사해 3억 53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양계농가 13곳에서 3만1600마리의 닭이 폐사했고 오리 2250마리(농가 2곳), 돼지 824마리(56농가)가 폐사했다.

지역별로는 무안 988마리(1억1400만원), 나주 3707마리(1억 200만원), 순천 7207마리(3300만원) 등에서 가축들이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186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온스트레스완화제, 낙농가 환풍기 등을 지원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행동 요령 등 문자메시지를 활용해 대응책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도 뜨거워지고=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 우려도 커지면서 전남 어민들도 초긴장 상태다.

전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식장이 조성된 만큼 어민들은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양식장 관리에 나섰고 전남도 등 자치단체도 수차례 모의훈련을 벌이는 등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전남에는 여수, 완도, 해남, 진도 등 4곳에 해상가두리 668곳(4807㏊), 육상양식장 342곳(175㏊) 등이 운영되고 있어 고수온 현상이 본격화될 경우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복 양식의 경우 어린 전복인 ‘치패’를 육상 시설에서 온도를 조절해가며 세심하게 키워내도, 바다로 보내면 죽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넘게 해남군 문내면 임하도에서 전복 양식을 해온 이재희(여·47)씨는 “더 이상은 안 하려고 한다”며 올해 양식업을 아예 포기했다.

이 씨는 “점점 더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전복이 살 수가 없어지고 있다. 그물망을 건져보면 여름철엔 30~40%는 죽어있는 상황”이라며 “바닷물 온도는 조절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죽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새우 양식장도 비상이다. 대하(흰다리새우) 양식의 적정 사육 수온은 20~26도인데, 이날 해남 수온이 최고 27도를 기록하면서 수질 악화와 새우의 생육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지역 북평면에서 3만여㎡ 규모로 대하를 양식 중인 오명우(33)씨는 최근 계속되는 더위에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 양식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대로 날씨가 더 더워지면 새우가 받는 스트레스나 수질 악화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닷물을 그대로 끌어올려 양식장 물로 사용하는 구조인데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됐다. 지하수를 퍼올려 수온을 낮추고있다”며 “물속 온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이 쌓이는 유기물을 분해하기 위해 미생물을 더 많이 투입해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광주지방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최저 20~21도, 최고 25~29도)보다 높고, 낮 기온 33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아침최저기온은 22~25도, 낮최고기온은 31~35도, 4일 아침최저기온은 22~24도, 낮최고기온은 29~34도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축이 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우니 송풍장치와 축사 내부 분무장치를 가동하는 등 집단 폐사 가능성에 주의하고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우니 장시간 농작업이나 혼자 작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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