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집단적 폭력이 내몬 인간의 비극적 삶 탐구하며 서사화
광주 5·18 항쟁 다룬 ‘소년이 온다’
동물성·폭력성 초점 ‘채식주의자’
제주 4·3 소재 ‘작별하지 않는다 등
사회적 문제, 서정적 문체로 형상화
동물성·폭력성 초점 ‘채식주의자’
제주 4·3 소재 ‘작별하지 않는다 등
사회적 문제, 서정적 문체로 형상화
![]() 한강 작가 <포니정재단 제공> |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밝힌 선정 이유다. 그 선정 이유에 한강의 문학세계가 집약돼 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색해 온 작가다. 특히 국가적, 집단적 폭력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비극으로 내모는지 정치하게 탐구하며 이를 서사화한다.
광주 5·18 민중항쟁의 상처를 다룬 ‘소년이 온다’, 동물성과 폭력성에 초점을 맞춘 ‘채식주의자’, 제주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소년이 온다’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80년 당시 참혹하게 짓밟혔던 항쟁 과정,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와 고통을 섬세한 문체로 형상화했다. 작가의 시선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광주와 그 이후의 시간에 닿아 있다.
작품은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한 폭력에 맞서 시위현장으로 나서야 했던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을 절절하게 풀어낸다.
스토리는 5·18 당시 시위대 속에 있었던 친구의 시신을 찾는 중학생 동호의 이야기다. 동호와 함께 시위대에서 행진을 하던 정대는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는다. 중학교도 못 마치고 공장에 들어가 동생 정대를 뒷바라지 하던 누나 정미도 그 봄에 행방불명된다.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시신에서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는 열세 살 때 아버지(소설가 한승원)가 보여준 사진첩”이라며 “그 사진첩에는 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비록 십대였지만, 당시 그 사진첩을 매개로 인간의 존엄은 어떠해야 하는지 숙고하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강에게 2016년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는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일면을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렸는 평을 받는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턴킨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섬세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적인 삶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단절하고, 그로인해 점차 죽음에 다가가는 한 여성을 초점화했다. 해외에서 번역 출간되자마자 인기를 끌 만큼, 주제의 보편성과 문체의 흡입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미국의 출판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채식주의자’를 올해 가장 기대되는 소설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을 다룬 작품이다. 제주 4·3학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기억과 사랑, 상흔 등을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선연한 이미지로 형상화해 찬사를 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밝힌 선정 이유다. 그 선정 이유에 한강의 문학세계가 집약돼 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색해 온 작가다. 특히 국가적, 집단적 폭력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비극으로 내모는지 정치하게 탐구하며 이를 서사화한다.
‘소년이 온다’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80년 당시 참혹하게 짓밟혔던 항쟁 과정,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와 고통을 섬세한 문체로 형상화했다. 작가의 시선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광주와 그 이후의 시간에 닿아 있다.
작품은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한 폭력에 맞서 시위현장으로 나서야 했던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을 절절하게 풀어낸다.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시신에서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는 열세 살 때 아버지(소설가 한승원)가 보여준 사진첩”이라며 “그 사진첩에는 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비록 십대였지만, 당시 그 사진첩을 매개로 인간의 존엄은 어떠해야 하는지 숙고하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강에게 2016년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는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일면을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렸는 평을 받는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턴킨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섬세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적인 삶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단절하고, 그로인해 점차 죽음에 다가가는 한 여성을 초점화했다. 해외에서 번역 출간되자마자 인기를 끌 만큼, 주제의 보편성과 문체의 흡입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미국의 출판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채식주의자’를 올해 가장 기대되는 소설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을 다룬 작품이다. 제주 4·3학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기억과 사랑, 상흔 등을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선연한 이미지로 형상화해 찬사를 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