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선 작가 “역사와 상상 엮어 흥미로운 서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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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선 작가 “역사와 상상 엮어 흥미로운 서사 완성”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대조영·금속활자본 직지 다룬
‘대륙의 천검’·‘우주 일화’ 장편 2권 발간
“문학은 내 안의 상처 치유 과정”
2023년 11월 21일(화) 19:30
강대선 시인
“어릴 적에 무협지를 좋아했는데 역사와 상상력을 엮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강대선 시인, 아니 소설가는 이야기에 대해 목말라 있는 듯 했다. 시를 쓰는 시인이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문학의 출발은 시였지만, 지금은 소설과 시조 등 장르의 벽을 넘나들며 마치 ‘무협지의 협객처럼’ 자신만의 창작의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다.

반듯한 교사, 성실한 공무원의 이미지가 묻어나는 그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낮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밤에는 글을 쓰는 작가로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유해보이는 인상 이면에 깃든 문학에 대한 열정, 자신에 대한 엄격성은 그가 지닌 최고의 ‘무기’이자 ‘문재’(文才)이다.

이번에 그가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다룬 소설 ‘우주일화’와 발해를 세운 대조영을 다룬 ‘대륙의 천검’을 펴냈다. 상상인 출판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된 2권의 장편은 우리의 역사를 모티브로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다. ‘우주일화’는 학생들에게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가르치면서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침 2020년 청주에서 직지문학상을 공모해서 도전했는데 대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작품은 금속활자본을 연구하며 지키는 주인공의 험난한 여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피 냄새를 풍기는 환이 흥국사를 찾아와 머리를 깎고 우번 스님은 글자를 새기는 각수(刻手)로 그를 인도한다.

훌륭한 각수가 되기 위해 전국을 떠돌던 환은 두 개의 금속활자본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글자를 연구하다 글자에 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환은 글자 속에 담긴 우주의 원리를 깨닫고 더 많은 글자를 찾아 나선다.

또 다른 소설 ‘대륙의 천검’은 고구려 멸망 이후 대조영이 아버지 걸걸중상과 만주 지역을 떠돌며 고구려를 재건하기 위한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대조영과 걸걸중상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거란족의 영토로 들어가면서, 파란의 사건들과 엮인다.

두 작품을 통해 강 작가는 어떤 불굴의 정신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주일화’는 글자를 새기는 각수(刻手)인 환이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전하고 싶었어요. 저는 글자를 만들고자 하는 각수들의 노력이 훈미정음에까지 이어진다고 보았습니다. 발해를 세운 대조영 또한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나라를 잃고 떠돌지만 절망에서도 굴하지 않는 대조영을 통해 ‘의지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죠.”

그는 시와 소설 두 분야를 창작하는 비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소설은 주로 방학을 이용해서 쓰고, 시는 틈틈이 쓴다. “소설과 다르게 시는 걷다가도 오고, 커피를 마시다가도 오고, 책을 읽다가도 온다”는 것이다. 또한 “그때그때 받아적기를 하지만 시가 안 올 때는 제가 찾아가기도 한다”며 웃었다.

글이 안 써진다고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는’ 무늬만 문인들이 적잖은 세상에서 그의 성실한 글쓰기는 본받을 만하다. 창작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일매일 일정한 분량을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강 교사는 “어느 한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확신했다면 그 분야를 팠을 텐데 그런 확신이 없었다”며 “확신을 갖기 위해 다른 분야에 도전했던 것인데 굴만 여러 개 팠지 정작 굴다운 굴을 파지 못한 느낌이 든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럼에도 시와 소설은 분명히 다른 장르인데 어떻게 하면 두 분야를 아우를 수 있을까.

“시는 허물을 벗는 뱀처럼 매번 새로움을 위해 언어의 허물을 벗는 과정이라면 소설은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과 시는 언어를 구사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인간의 모습을 담는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는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낼 계획이다. 인문학에 관한 지식을 넓히고도 싶다. 글을 일고 쓰는 일이 배우고 가르치는 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제 안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자 제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요. 전에 알지 못했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 혹은 인류의 문제로 옮아가게 됐습니다. 사람도 자연도 상처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는 누구인지 고민을 하는 거죠.”

한편 강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와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가슴에서 핏빛 꽃이’ 등과 소설집 ‘퍼즐’ 등을 출간했다.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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