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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 나기라 유 지음, 김선영 옮김
2022년 01월 09일(일) 11:00
2020년 미야와키 서점 선정 베스트5, 2021년 일본최대서점 키노쿠니야 직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 1위, 2020년 서점대상 수상작가…. 일본 서점 대상 수상 작가의 역대 최고작으로 꼽히는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작가 나기라 유는 어두운 소재를 그만의 필법으로 풀어내는 소설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이번 소설은 소혹성 충돌로 지구의 멸망이라는 다소 익숙한 모티브다. 그러나 작가에 따라 소재를 다루는 비법이 다르듯, 나기라 유는 독창적으로 접근한다. 관계를 다루는 부분에서 섬세한 감정묘사와 인간사의 본질을 포착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작가의 장기가 드러난다.

소설은 ‘샹그릴라’의 주인공인 고교생 에나 유키가 작은 혹성의 충돌 뉴스를 듣는 것에서 전개된다. 오랫동안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과 곧 멸망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퍼펙트 월드’의 깡패 메지카라 신지도 에나 유키와 다를 바 없는 처지다. 신지는 세상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살인청부를 받아들인다. 그러는 찰나 들려온 지구의 멸망 소식에 그는 어리둥절해진다.

소설은 이밖에 미혼모, 거식증 걸린 인기 가수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네 명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작품은 이렇듯 지구 멸망을 코 앞에 둔 상황을 상정하고 전개돼 긴장과 흥미를 선사한다. “누구보다 ‘나’를 미워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싶었어”라는 말은 혼란스러운 오늘의 시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스미디어·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