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018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⑤ 환경미화원 전운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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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2018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⑤ 환경미화원 전운천 씨
“편견도 청소 … 깨끗한 도심 뿌듯합니다”
2018년 01월 08일(월) 00:00
지난 5일 만난 광주시광산구시설관리 공단 소속 환경미화원 전운천씨는 굳이 쓰레기 수거차량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쓰레기 수거차에 부착된 ‘빨리 빨리 보다는 안전하고 깨끗하게’라는 문구로 자신들의 소망을 말하고 싶어서다.
“환경미화원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말로만 대책을 세울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지난 5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월전동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차고지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전운천(50)씨는 일을 마친 직후라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광산구 송정동 일대를 돌며 생활쓰레기를 수거한 뒤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으로 실어날랐다. 5t 트럭으로 3차례나 수거현장과 위생매립장을 오갔으니, 이날 옮긴 쓰레기양은 15t에 이른다.

광산구에서는 전씨처럼 직원 140여명이 쓰레기수거차 49대에 탑승,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도심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

운전하는 인원을 제외한 실제 수거 인원은 100여명으로, 송정동과 첨단지구, 수완지구 등 15개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전씨는 “요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거차량의 하루 이동거리는 100㎞ 안팎이다. 차량과 함께 이동하는 환경미화원은 적재함 뒤쪽에 매달려 30㎞, 뛰어서 15∼18㎞를 이동한다”면서 “쓰레기 수거 장소만 줄잡아 수백군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던 전씨는 지난 2006년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환경미화원을 자원했다. 어느덧 경력도 12년차나 됐다.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던 광산구 쓰레기 수거 업무는 지난 2015년 7월1일부터 공단 직영 방식으로 바뀌면서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는 게 전씨의 설명이다.

전씨는 지난 2016년부터 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아 동료의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서구와 남구 소속 동료가 작업 도중 연이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전씨는 각종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쓰레기가 쌓이니 환경미화원들은 쉴 수가 없다는 게 전씨의 주장이다. 월요일의 경우 쓰레기 수거량이 평일 1.5배에 달할 정도다. 쉴새없이 일해야 겨우 치울 수 있는 분량이다.

전씨는 “명절 당일에만 쉬어야 하는 근무일정 탓에 제대로 된 성묘를 하지 못한다”며 “동료들 사이에선 ‘환경미화원들은 조상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의식향상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전씨는 “유리나 이쑤시개 등 뾰족한 물건은 분리해서 버리고 한 손으로 들 수 있도록 표시선 기준에 맞춰 종량제 봉투만 묶어줘도 일이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수거 작업을 본 주민들이 인상을 찌푸릴 때다.

전씨는 “예전 선배들은 부끄럽게 생각해 직업을 숨기는 일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대학생이 된 자식들이 아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많은 힘이 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광산구 선운지구에 살고 있는 전씨는 또 “일을 끝마치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깨끗해진 거리를 볼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우리를 공공업무에 종사하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수준으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몸은 더러울지 몰라도 그 어떤 일보다 꼭 필요하고 정직한 일입니다. 쓰레기 수거차 때문에 차가 밀리더라도 조금 더 우리 일을 이해하고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끝〉

/글·사진=김용희기자 kim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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