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온다더니 0.7㎜…오락가락 ‘극단 예보’ 믿어도 되나
  전체메뉴
120㎜ 온다더니 0.7㎜…오락가락 ‘극단 예보’ 믿어도 되나
광주기상청 6~7일 비 예보 큰 차이…밤새 긴장 수해 주민들 피로 호소
지난달엔 20~80㎜ 예보했지만 426㎜ 폭우…‘중계’ 넘어 잇단 ‘오보’
신뢰도 하락 속 주말 또 120㎜ 예보…광주·전남 대책본부 운영 대비
2025년 08월 07일(목) 21:00
7일 광주시 북구 동림동 산동교 인근에 지난달 내린 극한 호우로 침수된 차량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위) 동림동의 천변에 극한호우에 밀려나온 야구장 시설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나명주기자mjna@
주말에 최대 120㎜ 집중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시간 당 최대 50㎜ 이상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8일 호우 대비 비상회의를 열고 예비 특보 발령 여부에 따라 지역대책본부를 운영키로 하는 등 대비 태세에 나섰다.

하지만 연일 예보가 빗나가면서 광주·전남 시민들은 “이번에는 (예보가) 맞냐”며 기상청 예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기상청에 묻느니 주민들 무릎 쑤시는지 여쭙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들린다.

극한 기후가 잇따르고 급작스런 기후 변화를 제 때 반영하기 어렵다 보니 ‘예보’가 아닌 ‘중계’ ,‘예보’가 아니라 ‘오보’라는 등 기상청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최근 집중 호우 과정에서 보여준 기상청 예보는 ‘오보’ 수준이었다.

당장, 광주지방기상청은 지난 6일 밤부터 7일 오전까지 최대 1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었다. 새벽 시간대 집중 호우가 예상되면서 시민들은 긴장한 채 밤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실제 내린 비는 단 0.7㎜에 그쳤다.

기상청은 7일 새벽 4시 30분 ‘단기 전망’을 발표할 때도 “오전 9시까지 5~20㎜ 비 내리는 곳 있겠다”고 예보했었다. 실제 강수량은 0㎜, 비는 내리지 않았다. 아예 틀린 예보를 낸 이유를 “한반도 북쪽의 기압골이 더 깊게 남하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치우쳐져서 강수대가 약화됐기 때문에 비가 적게 왔다”고 해명했다.

북쪽의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건조한 공기 사이 수증기 통로에서 강수대가 발달하는데, 당초 남쪽으로 깊게 내려올 것으로 예상됐던 강수대가 동쪽으로 치우치면서 강수대가 급격히 약화됐다는 것이다.

그럼 왜 예보할 때는 몰랐을까. 기상청은 “비가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애초 슈퍼컴퓨터 예측에 들어 있었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됐다”고 했다.

기상청이 오보를 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 기상청은 광주 지역에 20~80㎜의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으나, 실제로는 426㎜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 기상청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오전 10시에 뒤늦게 호우주의보를 발표했다가 단 10분만에 호우경보로 상향 발령하는 등 중계 수준의 예보를 했다.

기상청은 지난 3일 오후 4시 30분에도 “광주·전남에 시간당 최대 30~50㎜, 남해안과 지리산부근에 시간당 최대 50~80㎜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으며, 예상 강수량도 80~150㎜로 내다봤다.

하지만 불과 2시간여 뒤인 오후 7시께부터 무안군에는 시간당 142.5㎜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오후 7시 50분이 돼서야 뒤늦게 예상 강수량을 100~200㎜로 조정했다.

원인 분석도 오락가락했다.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관은 지난 3일 강수 원인으로 단순 저기압 영향을 꼽았으며, 태풍과 연관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폭우가 내린 이후인 지난 4일에는 “태풍 꼬마이에서 약화된 저기압 수증기가 유입돼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말을 바꿨다.

상황이 이렇자 기상청 예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나왔다.

특히 지난달 17일, 지난 3일 잇따라 수해를 입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상청의 오보로 긴장해야 할 때는 안심하고, 안심해야 할 때는 긴장하고 있어 도움은 안 되고 피로만 쌓인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문종준 광주시 북구 신안동 수해대책위 추진위원은 “비가 많이 온다고해서 주민들이 만반의 대비를 하고 덜덜 떨며 밤을 지샜는데, 빗방울도 안 날려서 허탈했다. 주민들은 ‘재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완전히 틀린 정보를 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주말에 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기상청에 묻느니 주민들 무릎 쑤시는지 여쭙는 게 낫겠다”고도 했했다.

기상청은 과거에 발생 빈도가 적었던 극한 기후가 잇따르고, 기후 변화를 시시각각 반영하기 어렵다 보니 최근 예보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다양한 예측 결과들을 출력한 뒤 예보관들의 논의를 통해 예측 결과들을 분석,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예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극한 기후의 발생 가능성, 과거에 비해 높아진 해수면 온도 등이 슈퍼컴퓨터에 실시간 반영되지 않아 예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비가 내리지 않을 가능성 또한 슈퍼컴퓨터 예측 결과에 포함돼 있었지만, 다른 예측 결과에 비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됐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작은 오차가 큰 차이를 불러일으켜 완전히 다른 날씨를 보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정확한 날씨 예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