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 라이나 코헨 지음, 박희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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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 라이나 코헨 지음, 박희원 옮김
2025년 09월 25일(목) 19:00
연인이 생기면 친구의 자리는 조금씩 밀려나고, 우리는 그것을 어쩐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이성애적 로맨스만이 삶을 완성시킨다는 관념이 굳건히 자리 잡은 탓이다. 하지만 친구와의 깊은 유대, 로맨스 바깥의 동반 관계는 정말로 덜 소중한 것일까? 사랑의 방식은 어째서 하나로만 정의되어야 하는가?

라이나 코헨의 책 ‘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은 이 질문을 깊숙이 파고든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저자는 보편적 관계에서 벗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연애나 결혼이 아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친구 관계. 어떤 이들은 서로의 주 돌봄 제공자이자 공동 양육자이며, 집의 공동 명의자이자 유언 집행인으로 얽혀 살아간다. 법적 장치도, 사회적 인정도 없는 채로 평생을 함께하는 이들은 우정을 통해 새로운 삶의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책은 이 같은 사례들을 촘촘히 엮는다. 해병훈련소에서 맺은 우정으로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캐미와 틸리, 자식의 죽음을 함께 견뎌내고 노년기를 동거로 돌보는 아이네즈와 바브, 2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나지만 서로를 ‘비로맨틱 생활동반자’라 부르는 존과 에이밀리. 모두가 결혼 제도의 바깥에서, 그러나 어떤 로맨틱 커플 못지않게 깊은 헌신과 책임으로 얽혀 있다.

저자는 이런 관계를 단순히 사례집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우정은 법적 보호나 사회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지, 왜 친구와의 결별은 연인과의 이별처럼 공적 애도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지 묻는다. 또 로맨틱 관계에 양육과 경제적 공동체를 독점적으로 부여한 제도의 한계를 짚으며 우정이 동등한 삶의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현암사·2만1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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