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예술가들의 신비롭고 우아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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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한 예술가들의 신비롭고 우아한 시선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우주를 품은 미술관, 파스칼 드튀랑 지음, 김희라 옮김
2025년 09월 25일(목) 18:55
인류는 오래 전부터 하늘과 천체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계절의 변화와 다양한 천문 현상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어떤 이들에게 하늘은 신성한 대상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하늘과 우주는 여전한 동경과 미지의 세계다. 과학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다.

“별들의 공간은 쇼크의 공간이다”고 파스칼 드튀랑 스트라스부르대학 교수는 정의했다. 프랑스어로 ‘졸도하다’라는 표현은 감정적 쇼크로 쓰러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라틴어 ‘시데라리’는 별 때문에 말문이 막히게 된다는 의미다. 즉 무한한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경이로움을 넘어 인간을 마비시키게 한다는 뜻이다. 그처럼 별, 하늘은 매혹적인 대상이자 신성한 그 무엇이다.

과학자 못지않게 하늘, 우주, 천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있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예로부터 예술가들은 특유의 감성과 통찰로 우주에 대한 신비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왔다.

파스칼 드튀랑 스트라스부르대학 교수의 ‘우주를 품은 미술관’은 하늘을 향한 예술가들의 시선을 초점화한다. 그 시선은 또한 인간 스스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와 인간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대 시대 하늘은 다양한 상징적 이미지를 함의했다. 하늘을 관측하는 아즈텍을 비롯해 이집트,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어떤 징조가 하늘에 먼저 나타난다고 봤다. 하늘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잘 해석하는 것이 당대 통치자의 중요한 임무였다.

고대 문명권에서는 신화 속 인물을 상징하는 형상을 밤하늘에서 찾았다. 형태에 따라 묶은 별자리는 하늘에서 지구까지의 같은 거리에 자리한 결합체로 인식됐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탈레스는 BC 6세기에 처음으로 천구를 만들었다. BC 5세기 말로스의 크라테스는 최초로 지구본을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해 이집트 천문학자들 그리스 도시국가 철학자들은 동그란 형태 지구가 동그란 우주의 가운데 있다고 상상을 했다.

책은 우주라는 큰 주제를 모티브로 미술사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기술돼 있다. 고대 회화부터 오늘날 미술에 이르는 작품을 선별해 하늘을, 별들을, 우주를 이야기한다. 예술, 천문학, 신화 이야기 등이 씨줄 날줄로 엮여 있으며 이것을 아우르는 것은 그림이다. 이때 하늘은 미술관이자 꿈을 비추는 스크린이 된다.

고대 이집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형상은 태양의 운행을 보여주는 배다. 당시 태양신은 별과 왕, 신을 대변했다. BC 20세기 ‘호루스와 태양선’(센데젬의 묘, 데이르 엘 메디네, 테베(이집트)은 호루스가 매의 머리를 하고 원반 형태의 태양을 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즉 태양 숭배에 대한 사상을 투영한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태양은 신앙과 의식의 중요한 대상이었다. 아즈텍에서는 태양신이 여러 신들 가운데 핵심이었다. 이들은 4개의 태양이 있다고 믿었는데 정복과 전쟁의 목적이 태양신의 양식으로 쓰일 포로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낭만주의시대 화가들은 ‘빛’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 클로드 모네 작 ‘인상, 해돋이’.
낭만주의 시대의 석양은 사라진 기억에 대한 추억 등을 은유한다. 해가 질 무렵의 마지막 햇살은 우울과 쓸쓸함을 환기한다. 빛을 소재로 한 작품은 때로는 여명의 활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질녘 씨 뿌리는 사람’, 모리스 드니의 ‘대지 위에 얼룩진 햇살’은 서로 다른 감성과 색감을 발현한다.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바다 위의 노을’이 주는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아우라, 오쉬스트 르느아르의 ‘석양’이 머금은 꿈결 같은 이미지는 빛이 얼마나 무한히 색감을 창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밖에 책에는 ‘달’, ‘행성’, ‘천문현상’ 등을 토대로 한 다채로운 작품들과 문화가 소개돼 있다. 고대 점토판, 중세 세밀화, 근대 회화, 현대 추상미술에 이르는 240여 점의 작품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미술문화·2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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