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비즈, 사라 노빅 지음, 김은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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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기술’이라 불린 인공와우는 청각장애인을 청인 사회에 편입시키는 열쇠로 찬양받아왔다. 그러나 그 빛은 동시에 그림자를 남겼다. 농인에게 듣기를 강요하는 사회, 수어를 금기시하는 교육, 가족 안에서의 갈등….
사라 노빅의 장편소설 ‘트루 비즈’는 농인 커뮤니티와 청인 사회가 맞부딪히는 가장 첨예한 지점을 한 편의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하이틴 드라마로 풀어낸다. 제목 ‘트루 비즈’는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라는 뜻의 미국 수어에서 따왔다.
주인공 찰리는 세 살 무렵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늘 애매했다. 로봇 귀를 단 채 대화의 60퍼센트쯤을 간신히 알아듣는 삶. 학교 성적으로 치환하면 늘 D에 가까웠다. 부모의 기대와 의사의 권고 속에서 구화를 배우며 청인 사회에 적응하려 했지만 남은 것은 만성적인 두통과 소외감뿐이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전학하게 된 리버밸리 농인학교는 찰리에게 전혀 다른 세계였다. 수어로만 소통하는 공동체, 농인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는 낯설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청인 부모와 농인 자녀 사이의 갈등, 청인 판정을 받았다가 다시 청력을 잃는 아이의 혼란, 폐교 위기에 놓인 농인학교. 모두 농인 공동체가 오랫동안 겪어온 논쟁을 압축한다. 책은 “농인은 청력을 회복해야 하는 환자인가, 아니면 고유한 문화를 지닌 공동체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농인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치밀한 취재를 토대로 지금까지 외면당해온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소설은 어느 한쪽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인공와우를 받아들일 자유도, 농인 정체성을 지켜낼 권리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임을 강조한다. <위즈덤하우스·1만8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사라 노빅의 장편소설 ‘트루 비즈’는 농인 커뮤니티와 청인 사회가 맞부딪히는 가장 첨예한 지점을 한 편의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하이틴 드라마로 풀어낸다. 제목 ‘트루 비즈’는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라는 뜻의 미국 수어에서 따왔다.
저자는 농인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치밀한 취재를 토대로 지금까지 외면당해온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소설은 어느 한쪽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인공와우를 받아들일 자유도, 농인 정체성을 지켜낼 권리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임을 강조한다. <위즈덤하우스·1만8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