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문제를 푸는 SW 개발자가 인재다- 류갑상 동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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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문제를 푸는 SW 개발자가 인재다- 류갑상 동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25년 05월 30일(금) 00:00
요즘은 어느 분야에서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마트폰 앱부터 공장 자동화, 병원 진료, 인터넷 쇼핑까지 모두 컴퓨터 기술이 중심이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사람, 즉 개발자나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대학은 이들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인공지능학과 등의 개설과 함께 관련 학과의 입시 경쟁률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제도와 같은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의 교육 개편을 유도하고 있다.

실습 중심의 수업과 기업 연계 프로젝트, 창업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의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긍정적이며 우리 사회가 디지털 기반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양적 확대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많은 대학에서 실무 경험이 부족한 이론 중심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나 알고리즘을 배우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졸업 후 곧바로 업무에 투입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지방 대학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교수 인력, 실습 장비, 기업 네트워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로 인해 지역의 청년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역 사회의 기술 기반도 함께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기술 중심 교육에만 집중하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할 줄 아는 사람, 즉 생각하며 일할 줄 아는 인재가 더 필요한 시대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다. 이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단계적으로 나누며, 해결 방법을 설계하는 사고력이다. 이런 능력은 단지 개발자뿐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이다.

따라서 대학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론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사회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보는 프로젝트, 기업과 함께하는 현장 실습,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 등 실전 경험을 수업과 연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이 단지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체득하게 만든다.

이러한 경험이 지역 사회와 연결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지역 기업과 협력해 실무를 익히고 그 지역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실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도 높인다.

기술 인재가 한 지역에 머물며 일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된다. 지역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면 수도권으로 몰리는 청년 인재의 흐름을 줄이고 지역의 기술 기반도 강화할 수 있다.

기술은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이고 결국 기술의 가치는 사람의 사고와 창의력에서 나온다. 지금 대학이 길러야 할 인재는 단지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생각하는 기술자,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야말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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