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와 지정학적 갈등, 에너지·물류 위기 등이 중첩되며 식량 공급망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 구조에 의존하던 방식만으로는 불확실한 시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곡물과 신선 식재료의 가격이 급등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은 유통 경로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민생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 자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도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활용되지 않는 빈 건물과 공실 상가, 노후된 공공시설 등이 방치되어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가 가진 유휴 공간의 재활용 가능성을 새로운 생산 방식과 결합한다면 도시문제와 농업의 미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 수 있다.

광주 북구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형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농업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도시 안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지역 주민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구는 지난해 도시재생 공모사업을 통해 우산동과 두암동의 유휴 공간에 ‘큐브형 스마트팜’을 시범 조성했다. 수직형 수경재배 시스템을 갖춘 이 스마트팜은 연중 작물 재배가 가능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마을 공동체와 주민이 함께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도시재생의 가치를 실현했으며 농업이 지역사회 통합과 소통의 매개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북구는 단순한 농업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팜 산업의 수출 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북구 무역촉진단에 참여한 관내 스마트팜 기업들이 베트남과 미국 현지에서 총 300여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 기업이 쿠웨이트 현지 기업과 1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MOU를 맺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는 지역 기업의 기술력과 지방정부의 행정적 지원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제 북구는 지난 5월 수립한 ‘2025~2029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을 토대로 본격적인 실행에 착수했다. 이 기본계획은 도심 유휴공간을 활용한 수직형 스마트팜 확산, 청년농업인 육성, 기술 개발과 수출 기반 구축 등 9개 추진 분야를 포함하며, 북구형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도 중장기 과제로 설정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지식산업센터 공실을 활용한 ‘부끄팜’(북구 스마트팜 거점공간) 조성을 통해 R&D 테스트베드, 교육·체험형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AI 기술 기반의 헬스케어형 스마트팜, 어르신 돌봄형 농업모델 등 사회적 확장성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고양시의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대전시의 ‘도시농업지원센터’와 같은 선도사례들과 결을 같이한다. 북구는 이들 사례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면서 지역 특성과 행정 자원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의 AI 산업 인프라와 연계된 도심형 스마트농업은 그 자체로 농업의 기술화, 도시재생, 공동체 회복, 청년 창업이 융합된 미래 산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도시형 스마트팜은 단지 식량을 재배하는 공간 그 이상이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력성 높은 생산 체계이자, 청년에게는 혁신 창업의 기회, 어르신에게는 보람 있는 삶의 터전, 지역 공동체에는 회복과 연대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광주 북구는 앞으로도 기업과 주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며 도심의 유휴 공간마다 푸른 가능성을 심고, 그 뿌리가 내일의 광주를 더 풍요롭게 적셔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