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의 동물복지 공약 진정성은 -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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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들의 동물복지 공약 진정성은 -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
2025년 05월 26일(월) 00:00
‘동물복지’라는 아젠다는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진영이나 이념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반려인들이나 동물권 사람들에게는 동물의 복지가 정치적 이슈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지하는 후보가 없을 때 후보들의 동물공약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일도 많다. 지난주 한 대통령 후보가 대구의 어느 반려동물 전문병원에서 개를 안고 진행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보았다. 하얗고 예쁜 털 뭉치의 품종견을 안고 있었다. 국민들이 개만 안고 다니고 개만 키우느라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후보가 개를 안고 동물복지에 관해 말하는 게 어색해 보였지만 지금이 선거 기간이구나 하며 익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지저분하고 볼품없는 누렁이나 백구를 안고 악취를 참으며 손과 옷이 더러워지는 정도의 수고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선 후보 중 가장 빠른 동물권 유권자를 향한 행보였다. 지난 21일 21대 대통령 후보들의 동물복지 공약이 발표되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열흘 만이다. 정치·경제·안보·외교 등과 비슷한 속도는 아니었지만 선거운동 열흘 만에 동물복지 공약이 발표된 것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언젠가부터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그리고 대통령선거 기간마다 동물복지 공약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 말은 반려인이 상당한 유권자 분포를 차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거철에 발표되는 동물복지 공약이 그저 다수의 동물권 유권자를 의식한 구색에 불과한 의례인가 아니면 실현할 의지가 담긴 진정한 공언인가에 대한 숙제는 늘 그 공약을 믿고 주권을 행사했던 유권자들의 몫이 된다.

이번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니 그간 여러 선거에 등장했던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동물권에서는 금지어나 다름없는 ‘펫’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후보도 있고 반려인들과 동물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약을 낸 후보도 있다.

동물복지기본법 제정, 동물복지진흥원 설립, 동물학대자의 동물사육금지, 불법 번식장 및 유사보호소 규제, 동물보호센터 예산 확충, 실험동물 감축,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 봉사동물에서 야생동물의 복지까지 동물복지의 총론이라 할 정도의 공약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입법 절차를 요구하는 공약들로 선거철 돌림노래와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한가지 꼭 짚고 가고자 하는 것이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공약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핵심은 동물복지진흥원 설립이다. 위에 열거된 저 공약들을 전담하여 실행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공약을 이행할 전담 행정조직 없이 농림부의 한 부서에서 그리고 지자체 축산과 안에서 동물복지의 모든 정책을 다루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발표되는 동물복지공약은 선거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유권자들도 알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동물복지 전담기구 설치 공약이 20대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명칭만 바뀌어 같은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동물복지 전담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열심히 주장했었다. 주장에만 그치지 않고 선거 기간 내에 반려인 수백 명의 서명을 모아 한 후보의 지지 선언을 두 번이나 주최했다. 그 이유는 명료했다. 공약을 정확히 실현할 후보를 지지했을 뿐이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국민적 큰 상처를 안고 갑자기 치르게 된 만큼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질 중요한 공약들에 집중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1500만 명에 육박하는 반려인들의 정서를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의 갈등을 줄이고 인간의 윤리적 기준의 폭을 고통받고 죽어가는 가여운 생명들에게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동물보호법의 역사도 길지 않은 동물 정책 후진국인 우리나라 동물복지를 견인할 유일한 방법은 동물복지진흥원 같은 전담 행정조직의 설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동물권과 민생을 분리하지 않고 국민의 30%가 바라는 동물복지 문화의 흐름과 사회적 요구를 놓치지 않는 후보가 새로운 K-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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