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공감’ 기고 <5>] 참정권과 공정선거의 가치에 대하여- 정 경 미 참배움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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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선거 공감’ 기고 <5>] 참정권과 공정선거의 가치에 대하여- 정 경 미 참배움터 대표
2025년 05월 29일(목) 00:00
민주주의는 시민의 힘으로 움직인다. 선거는 그 힘을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방식이다.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동력이다. 투표는 단지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행위다.

이런 점에서 ‘참정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가지는 가장 소중한 권리다. 그러나 그 권리는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았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참정권을 억압당한 이들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 역시 보통선거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야 했다. 3·1운동, 4·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 시민들의 헌신적 참여는 ‘모든 국민의 평등한 정치 참여’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해 왔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참정권은 단지 헌법 조문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 연대와 희망이 만든 역사적 성취다. 그렇기에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지 정치에 관심을 갖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역사에 응답하는 것이며 나와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행위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은 단순한 ‘투표자’가 아니다.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후보자와 정책을 비교 평가하며,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는 ‘성숙한 주권자’다. 선거 참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참여 이후에도 정책을 감시하고 공공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실질화하는 길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대통령 선거가 오늘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시민이 주권자임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선거의 의미가 반복되는 과정 속에 퇴색하거나 정치 혐오와 불신의 분위기 속에 그 가치를 상실하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선거를 해야 하며 참정권은 왜 그렇게도 중요한 것일까? 더불어 선거의 공정성은 어떤 이유로 민주주의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일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체제다. 여기서 주인의 권한을 구체화하는 핵심 장치가 바로 선거다. 즉 참정권은 단순히 정치에 참여하는 권리가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권력의 행사다. 이 권리가 제한되거나 형식적으로만 보장될 때 민주주의는 외양만 남기고 속을 잃게 된다.

역사는 이를 분명히 말해준다. 참정권을 제한받았던 여성, 노동자, 식민지 민중들은 참정권의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 왔다. 오늘 우리가 투표소에서 쉽게 행사하는 한 표는 그들의 희생과 투쟁 위에 쌓아 올린 권리다. 그러므로 그 한 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선거제도는 ‘공정성’이라는 기둥 위에 서 있어야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나 세력에 유리하게 선거가 설계되거나 선거 관리가 편파적이라면 시민의 의사는 왜곡되고 결국 민주주의 자체가 훼손된다.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독립적인 기구의 투명성과 신뢰는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을 구성하는 요소다.

오늘날 선거의 공정성은 단지 개표나 투표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후보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유통, 여론조사의 왜곡 등도 모두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지는 선거 환경 속에서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기반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감시, 그리고 끊임없는 제도적 갱신 위에 존립한다. 투표소에 가는 그 길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길이 공정해야 우리의 민주주의는 건강할 수 있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사회의 가치를 선택한다. 공정한 선거와 온전한 참정권 보장은 단지 제도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이자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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