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극장 없이는 못살아’] 21세기에 살아남을 창작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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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진도에 비제 오페라 ‘카르멘’ 갈라 콘서트를 해설하러 갔다. 공연은 저녁 7시 시작이었는데 5시가 조금 넘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어 오페라를 보러 극장 밖에 줄을 선다고? 뭔가 놀랍고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오페라 극장에 오페라를 보러 청중들은 많이 오지만 공연 2시간 전부터 청중들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일은 요즘 현대 한국 사회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군중들이 늘어나며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이유인즉슨 진도향토문화회관의 객석이 600석인데 이미 매진이 되어버려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자 오페라 ‘카르멘’ 공연을 보고 싶어한 청중들이 혹시나 자리가 있을까 싶어 몰려온 것이었다고 한다. 진도 사람들은 이 날 공연을 보고 늘 판소리와 국악공연만 하던 진도에 30년 만에 처음 오페라 공연이 열렸다고 했고 안전문제로 더 이상의 입장이 불가하자 공연 시작한 후 100명 정도가 돌아갔다고 하니 주로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오페라라는 공연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강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청중의 집중도 속에서 공연을 했는데 이 날 공연에서 ‘투우사의 노래’가 나오자 청중들은 박수를 신나게 치기 시작했다. 정말 박수 치기 좋은 템포의 곡이다. 그런데 이 세비야의 술집에서 울려퍼지는 늠름한 투우사의 아리아 테마가 이때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4막 피날레 카르멘의 사랑을 받지 못해 폐인이 돼 탈영한 돈 호세와 카르멘이 투우장 앞에서 크게 다투고 싸울 때 투우장안에서는 투우사 에스카미요와 검은 소가 생사 갈림길의 대결을 펼치는데 이 장면에서 다시 한번 투우사의 노래 테마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사실 박수를 치면 안되는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카르멘이 곧 죽게 되는 장면에서 청중들이 박수를 쳤다. 곡이 느려지자 또 느리게 박수를 친다.
살면서 참 많은 ‘카르멘’을 봐왔지만 이 장면에서 투우사의 노래 주제에 맞춰 박수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오페라를 본 적이 없는 청중들은 아는 신나는 테마가 또 나오니까 박수를 친 것이었고 곧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박수는 청중이 ‘카르멘’을 보고 투우사의 노래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을 증명해주는 표시였다. 오페라 ‘카르멘’을 처음 보고 투우사의 노래 하나만 건져도 그게 얼마나 인생에 값진 선물인가 말이다. 그래서 청중들이 이 장면에서 박수를 치는 것을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
공연 다음날 아침 목포로 가던 도중 어제 차안에서 멀리서 봐두었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실제로 감상하러 울돌목에 갔다. 창작 오페라 이순신 연습을 하면서 소리 높여 부르던 울돌목이 눈 앞에 있었다. 물이 우는 관문인 울돌목은 한자로 하면 명량으로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으로 왜군에게 대승을 거둔 역사적 장소. 서해와 남해의 조류가 만나는 이 곳의 조류는 대단히 게셌고 장관이었다. 여기서 압도적인 이순신 장군의 거대한 동상과 울돌목의 빠른 조류를 눈으로 체험하고 서울에 돌아온 난 오페라 ‘이순신’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다.
3월 8일부터 시작된 연습후 4월 25 ,26 ,27일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양재무 대본, 작곡, 지휘의 이마에스트리 오페라 ‘이순신’에 출연했다. 처음 이틀은 백성(합창)역할이었고 셋째 날 공연에서는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봉책하는 어명을 전하는 도승지 역을 맡아 불렀다.
이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한국 창작 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창작 오페라가 만들어지지만 살아남은 작품은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초창기의 현제명‘ 춘향전’과 장일남 ‘춘향전’을 빼면 손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뮤지컬계는 다르다. 내가 요즘 오페라 강연을 하고있는 경기아트센터, 오늘 이 글을 쓰기 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야음악회를 치른 전주의 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6월 공연을 예고하고 있었다. 오페라계 입장에서는 매우 부럽게도 ‘명성황후’는 서울 공연 이후 전국 투어를 하는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1995년에 초연한 후 1997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을 했으니 무려 30년이 된 뮤지컬이 2025년 전국 공연으로 커다란 날개를 펼치게 된 것이다.
오페라 ‘이순신’ 도 계속 작품을 개정해 나가면서 전국민이 즐길 수 있는 매우 훌륭한 한국의 오페라 공연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음악평론가, cpbc평화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
그런데 이 장면은 사실 박수를 치면 안되는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카르멘이 곧 죽게 되는 장면에서 청중들이 박수를 쳤다. 곡이 느려지자 또 느리게 박수를 친다.
살면서 참 많은 ‘카르멘’을 봐왔지만 이 장면에서 투우사의 노래 주제에 맞춰 박수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오페라를 본 적이 없는 청중들은 아는 신나는 테마가 또 나오니까 박수를 친 것이었고 곧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박수는 청중이 ‘카르멘’을 보고 투우사의 노래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을 증명해주는 표시였다. 오페라 ‘카르멘’을 처음 보고 투우사의 노래 하나만 건져도 그게 얼마나 인생에 값진 선물인가 말이다. 그래서 청중들이 이 장면에서 박수를 치는 것을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
공연 다음날 아침 목포로 가던 도중 어제 차안에서 멀리서 봐두었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실제로 감상하러 울돌목에 갔다. 창작 오페라 이순신 연습을 하면서 소리 높여 부르던 울돌목이 눈 앞에 있었다. 물이 우는 관문인 울돌목은 한자로 하면 명량으로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으로 왜군에게 대승을 거둔 역사적 장소. 서해와 남해의 조류가 만나는 이 곳의 조류는 대단히 게셌고 장관이었다. 여기서 압도적인 이순신 장군의 거대한 동상과 울돌목의 빠른 조류를 눈으로 체험하고 서울에 돌아온 난 오페라 ‘이순신’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다.
3월 8일부터 시작된 연습후 4월 25 ,26 ,27일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양재무 대본, 작곡, 지휘의 이마에스트리 오페라 ‘이순신’에 출연했다. 처음 이틀은 백성(합창)역할이었고 셋째 날 공연에서는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봉책하는 어명을 전하는 도승지 역을 맡아 불렀다.
이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한국 창작 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창작 오페라가 만들어지지만 살아남은 작품은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초창기의 현제명‘ 춘향전’과 장일남 ‘춘향전’을 빼면 손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뮤지컬계는 다르다. 내가 요즘 오페라 강연을 하고있는 경기아트센터, 오늘 이 글을 쓰기 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야음악회를 치른 전주의 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6월 공연을 예고하고 있었다. 오페라계 입장에서는 매우 부럽게도 ‘명성황후’는 서울 공연 이후 전국 투어를 하는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1995년에 초연한 후 1997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을 했으니 무려 30년이 된 뮤지컬이 2025년 전국 공연으로 커다란 날개를 펼치게 된 것이다.
오페라 ‘이순신’ 도 계속 작품을 개정해 나가면서 전국민이 즐길 수 있는 매우 훌륭한 한국의 오페라 공연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음악평론가, cpbc평화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