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쓰러져있습니다”…신고자는 로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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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쓰러져있습니다”…신고자는 로봇이었다
2025년 06월 15일(일) 18:40
전남대학교 안전지킴이 순찰 로봇이 야간 시간 캠퍼스 5·18광장 내를 순찰하고 있다.
“사람이 쓰러져있습니다. 안전에 주의하세요.”

지난 12일 밤 9시께 찾은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5·18공원(봉지)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고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경비원도, 학생도 아닌,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었다. 전남대 안전지킴이 로봇 ‘패트로버’가 쓰러진 사람을 감지하고 곧바로 상황실에 알림을 전파한 것이다.

전남대는 지난해 2월부터 무인경비 자율주행 순찰 로봇을 시범도입, 그 해 6월 정식 도입해 이달 도입 1년차를 맞았다. 전남대는 캠퍼스가 넓어 유인 경비의 한계점이 있었고, 경비원 순찰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순찰로봇을 도입했다.

이날 로봇이 잔디밭 주변을 돌아다니며 순찰을 돌자 시민들은 “신기하다”, “말도 하고 재밌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밤 산책을 나온 아이들은 로봇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는 등 ‘인기 만점’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나오면 밤에 순찰로봇을 늘 봐왔다던 안원호·박동혁·황현진(25)씨는 요즘에도 처음 보는 학생들이나 주민들은 신기해한다고 했다. 안 씨는 “잔디밭에서 술을 먹기도 하고 쓰레기 문제도 많아서 봉지를 순찰하는 것 같다”며 “사고 방지 목적이라면 기숙사쪽이나 어두운 지역에서 학우들의 안전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대 학생 커뮤니티 앱 ‘전남대 에브리타임’에는 “봉지 순찰로봇에 농락당했다”는 제목의 게시물도 올라왔다. 학생이 혼자 잔디밭에서 누워서 뒹굴거리자, 순찰 로봇이 “사람이 쓰러져있습니다”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는 글이다.

로봇의 크기는 가로 75㎝, 폭 103㎝, 높이 115㎝에 무게는 90㎏다. 로봇에는 반경 50m를 3차원으로 스캔해 공간을 파악하는 공간인지 센서, 전후좌우 4개 카메라, 화재 감지 센서, 열화상 카메라, 대기오염측정장치 등이 장착돼 야외 공간을 순찰하는 데 특화됐다.

이 로봇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어두운 시간대에 전남대 캠퍼스 일대 1.4㎞ 구간을 25분에 걸쳐 순찰한다. 용봉관에서 출발해 제1학생마루(제1학생회관), 도서관별관(백도), 도서관본관(홍도)을 지나 용봉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순찰을 마치면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 25분간 충전을 하고 다음 순찰을 준비한다.

로봇은 주로 낙상, 사람 쓰러짐, 주취자, 화재, 비명 등 안전과 관련한 부분을 인지해 상황별 주의 멘트를 하고, 사이렌 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 등으로 비상상황을 알린다. 상황 발생 시 상황실에도 즉시 전파돼 위급한 경우 직원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남대 관계자는 “로봇이 도입된 이후 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로봇이 순찰을 도는 방향에 전동킥보드 등이 정리되는 등 부수적인 도움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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