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람이 머문 자리’
우종미술관 오는 10월 1일까지 여름 모티브로 소장품 전시
오지호, 천경자, 장욱진, 이왈종 등 동서양 화가 20인 작품
오지호, 천경자, 장욱진, 이왈종 등 동서양 화가 20인 작품
![]() 오지호 ‘계곡풍경’ |
![]() 장욱진 작 ‘나무 위의 새’ |
벌써부터 휴가를 계획하고 이미 떠나는 이들도 있다. 여름은 설레는 한편 쉽게 지치고 처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이들은 여름 너머 선선한 가을의 계절을 준비하기도 한다.
성하의 계절 여름이 머물고 간 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우종미술관이 여름이 지나간 자리 이후의 흔적과 여운에 주목한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실에는 오지호 화백을 비롯해 천경자, 장욱진, 이왈종, 아산 이방원, 운보 김기창, 앙드레 브라질리에 등 내로라하는 20인의 동서양 회화작품이 걸렸다.
이들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티브는 ‘바람’이다. 바람이라는 자연이 투영된 작품들은 당대의 시대상과 맞물려 저마다 여운과 흔적 등을 발한다. 소장품들은 사실적인 묘사부터 색의 번짐, 우연의 효과, 관념의 해석 등 다채로운 표현들로 구현됐으며 자연의 시간성, 회화의 물성과 결합돼 감각적 파동을 낳는다.
오지호의 ‘계곡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준다. 둥근 바위 사이로 흘러나오는 세찬 물살에는 바람소리와 청량감이 깃들어 있어 눈과 귀, 그리고 답답한 마음까지도 씻어주는 느낌이다. 수묵 느낌의 담백한 색채, 사람이 없는 빈 계곡이 주는 여름의 흔적은 차분함과 더불어 내적인 응시를 하게 한다.
장욱진의 ‘나무 위의 새’는 평화로운 여름날의 언 시골 풍경을 초점화했다. 동그란 형상으로 구조화한 나무 위에 사이좋게 앉은 새들 위로 하오의 태양이 빛나고 반달은 아스라이 걸려 있다. 발가벗은 아이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골 여인의 모습은 넉넉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그림이다.
강미정 학예연구원은 “‘여름’은 자연과 빛, 색채의 절정을 의미하고 ‘바람’은 움직임과 여백을 떠올리게 한다”며 “다가온 여름과 떠나갈 여름의 시간 사이에서 작품이 주는 감흥과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