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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행정
2021년 12월 01일(수) 02:00
나무 한 그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여론은 엇갈린다. 비난을 받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발상의 전환이란 칭찬을 듣기도 한다.

장성군의 가로수 행정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에 심은 장성군 동화면의 은행나무는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었다. 열매로 인한 악취는 물론 뿌리가 보도블록을 밀어내고 인근 주택 담벼락까지 파손시켰다. 장성군은 전담 팀을 구성하고 면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베어 내는 대신 이식하기로 결정, 지난해 여름 총 101주의 은행나무 중 이식이 가능한 69주를 황룡강변 황미르랜드로 옮겨 심었다. 그리고 나무 주위에 수국을 심어 ‘은행나무 수국길’이란 이름의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반면 광주시 몇몇 자치구의 가로수 행정은 ‘0점’에 가깝다. 봄이면 과도한 가지치기로 몸통만 남기고 싹둑 자른다. 사업자 측의 비용 절감을 위해 옮겨 심어야 할 나무를 베어 내기도 한다.

가로수 가지치기는 매년 3~4월에 이뤄진다. 광주 서구도 올해 4월 중순에 가지치기를 실시했다. 하지만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인다. 나무 생육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겨울이나 늦어도 3월 이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하지만 예산 편성 후에 이뤄지다 보니 3~4월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가지치기 방식도 문제다.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에 따라 가지치기를 하다 보니 몸통만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는 서구 화정동 일대 가로수 118그루가 잘려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염주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측이 인도에 있던 30년 넘은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베어 내고 대신 작은 이팝나무를 심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의 가로수 관련 조례에 따르면 베지 않고 옮겨 심어야 하지만 서구청은 도시정비 작업으로 인정함으로써 사업자 측이 베어 낼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잘려 나간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는 공룡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화석나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팝나무도 좋지만 시민들은 광주시를 상징하는 은행나무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키는 메타세쿼이아를 볼 권리도 있다. 서구청의 가로수 행정이 못내 아쉽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