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빼기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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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빼기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6월 26일(목) 22:30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더 오른 가운데 정권 교체를 위해 그를 적극 지지했던 호남에서의 인기는 상종가다. 지난 25일 이 대통령이 광주를 찾아 수년째 답보 상태에 빠진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해결해 보겠다”고 약속하면서 지역민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일부 정치인의 ‘이재명 마케팅’도 본격화 하고 있다. 과거에도 호남에서 ‘누구누구 측근’이라는 이미지는 경선과 본선의 당락을 좌우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름 덕에 수많은 정치인이 국회의원과 장관이 됐고 광역 단체장을 차지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실 근무 이력 등을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결국 공천장도 손에 넣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측근 마케팅은 극에 달했다. 문 대통령 임기 도중 치러진 지방선거와 21대 총선에서 한 지역구의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문재인 마케팅’에 몰두했다. 광주의 한 지역구에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직함에서 지운 뒤 ‘청와대 근무’만을 표기해 마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진보 진영의 정권 교체 이후 호남에서는 ‘대통령 마케팅’이 각종 선거에서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현상이 재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앞다퉈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앞세우고 있다. 이들은 SNS 등을 통해 이 대통령과 찍은 사진 등을 홍보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측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속담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있다. 일부 정치인은 자신의 이력보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만을 더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의 이름에 가려 정작 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빼면 해당 후보자에게 ‘뭐가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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