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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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5년 06월 16일(월) 00:00
청와대가 처음부터 폐쇄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벚꽃 피면 2∼3일 동안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하던 경무대(景武臺) 일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1955년 4월 경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하자 방문객이 6만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청와대 개방행사를 찾는 이들은 주로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지역민이었다고 한다. 권위적인 경무대라는 호칭에서 푸른 기와집이라는 뜻의 청와대로 호칭을 바꾼 윤보선 대통령도 4월 벚꽃이 필 때면 청와대를 개방했다.

‘구중궁궐 청와대’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1968년 박 대통령 살해를 기도한 ‘1·21 사태’,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 등으로 청와대 문은 굳게 닫혔다. 청와대 앞 길과 주변도로가 차단됐고 인왕산과 북악산 출입이 금지돼 20여년 가까이 금단지역이 됐다. 출입금지 기조는 최규하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까지 이어져 청와대가 권력의 상징이자 폐쇄적 정치 문화의 대명사가 됐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청와대 앞 바리케이드를 25년 만에 철거했고 인왕산 등산로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관람대상을 단체에서 개인과 외국인에게까지 확대했고 1998년에는 관람대상 제한을 없앴다. 문재인 대통령은 54년 만에 북악산 전체를 국민품으로 돌려놓았다. 비상계엄으로 몰락한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청와대를 전면 개방했다. 지난 3년간 700만명 넘는 방문객이 청와대를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려고 예비비 259억원을 편성했다. 12·3 비상계엄의 거점인 용산과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다시 청와대 관람과 공개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와대 개방·폐쇄, 복귀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첫 날 밤을 보낸 뒤 “청와대에 들어와 있으니 세상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삶을 지척에서 볼 수 없는 자신을 돌아보는 말이었다. 이 대통령이 재임기간 두고 두고 되새겨야 할 말인 듯 싶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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