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의 무게 - 이보람 예향부 차장
‘완장(腕章)’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표장이다. 말 그대로 글(章)을 새겨 팔(腕)에 두르는 물건으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얼마 전 열린 2024-2025 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는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가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어떤 완장보다 빛나보였다. 완장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권위의 상징이자, 자리를 위임받았다는 표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리를 바꾸면 달라진다는 의미다. 막중한 자리에 앉았다는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태도와 의식이 성숙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리에 오르자마자 교만하고 독선적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엔 소탈하고 너그러웠던 사람이 어느 날 높은 자리에 앉는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됐을까” 하고 의아해하지만 어쩌면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자리가 그 사람이 품고 있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당선 전에는 겸손했던 사람이 당선 후에는 권위적으로 비쳐질 때가 있다. 비단 대통령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직의 장, 회의의 사회자, 심지어 학급 반장까지 우리는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누군가의 위에 서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시험대에 오른다.
리더의 자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민낯을 드러내는 자리일 수 있다. 겸손을 말했던 이가 실제로 겸손한지, 공감을 외쳤던 이가 진심으로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인지 그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리더를 선택할 때 공약보다 말투를, 정책보다 태도를 눈여겨보곤 한다.
오늘, 한 명의 새로운 대통령이 그 자리에 앉는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적으로 요동치는 지금, 그가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자리에 앉았기에 더 낮아지고, 더 단단해지는 사람.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보람 예향부 차장 boram@kwangju.co.kr
리더의 자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민낯을 드러내는 자리일 수 있다. 겸손을 말했던 이가 실제로 겸손한지, 공감을 외쳤던 이가 진심으로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인지 그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리더를 선택할 때 공약보다 말투를, 정책보다 태도를 눈여겨보곤 한다.
오늘, 한 명의 새로운 대통령이 그 자리에 앉는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적으로 요동치는 지금, 그가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자리에 앉았기에 더 낮아지고, 더 단단해지는 사람.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보람 예향부 차장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