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담긴 마음 - 이보람 예향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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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담긴 마음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5년 07월 02일(수) 00:00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조언을 하고 때로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좋은 뜻으로 건넨 말이라도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말은 의도보다 태도가 먼저 전해지고 단어보다 어조가 깊게 남기 때문이다.

가르친다는 말은 듣기에 그럴듯하지만 그 안에 담긴 태도는 쉽게 드러난다. 상대를 낮추면서 행해지는 가르침이라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태도일지 모른다. 진심이 담긴 조언은 믿음이 있을 때 마음에 닿는다. 존중이 없는 지적은 비난이 되고 신뢰 없는 충고는 명령이 된다.

충고와 비난은 분명히 다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충고나 조언은 결코 비난이나 모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적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의 마음을 꺾는 말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의도치 않은 실언과 상처를 입히기 위해 내뱉은 말 역시 분명히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말투와 상황 그리고 말 속에 담긴 ‘마음’이 그 무게를 바꾼다. 말은 사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꺾기도 한다. 한마디의 말로 누군가는 다시 힘을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도록 마음을 움켜쥐고 살아간다.

소설가 박완서는 생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말은 마음을 데우기도 하고 데이게도 한다”고 했다. 말 한 줄이 따뜻한 위로가 될 수도 있고 같은 말이 불쑥 날아와 누군가의 마음을 데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송인 김제동은 토크콘서트에서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 한마디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말 한 줄이 사람을 얼마나 다독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을 대할 때 필요한 건 특별한 지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와 속도로 살아간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간다. 그 과정에서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평가절하해도 된다는 허락은 주어지지 않는다. 세상에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마음을 지나는 당신의 말이 따뜻한 바람이길 바란다.

/이보람 예향부 차장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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