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 하멜-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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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하멜-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5년 06월 30일(월) 00:00
헨드릭 하멜(1630∼1692·Hendrick Hamel)은 우리나라(조선)에서 13년 20일 동안의 삶을 기록한 ‘하멜 표류기’의 저자이다. 그의 공적은 17세기 조선을 세계에 최초로 소개했다는 데 있다.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기술 내용이 부정확한데다 조선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인은 물건을 훔치고, 지짓말하고, 속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을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고서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영웅적인 행위라고 여긴다”라는 문장이다. 학계에서는 하멜의 책은 200년 넘게 조선에 대한 유일한 기록으로 읽히면서 유럽에 한국을 널리 알렸지만 조선인은 야만적이고 거칠다는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멜은 전남 강진에서 1656년 3월부터 1663년 3월까지 7년 동안 생활했다. 하멜 일행은 전라 병영(강진 병영면)에 수용돼 조정으로부터 쌀을 배급받아 연명했다고 썼다. 병마절도사는 이들에게 한 달에 두 번씩 군청 앞 광장과 장터에서 풀을 뽑게하고 청소도 시켰다. 인품 좋은 병마절도사는 이들을 노역에 동원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를 주기도 했다. 이들은 품을 팔아 옷가지와 식량을 보충하거나 흉년이나 기근이 들면 구걸로 목숨을 이었다. 이들은 강진 병영마을에 ‘한골목’이라는 담장(등록문화재 제64호)을 남겼다. 네덜란드식 담장으로 알려져 있다. 강진군은 하멜과의 인연을 관광자원으로 끌어올렸다. ‘하멜 기념관’을 개관하고 그의 고향 호르큼시(市)와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학계에 따르면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린 유럽한국학회(AKSE) 총회에서 기존 헨드릭 하멜상의 명칭을 AKSE상으로 바꾸는 안건이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고 한다. 하멜상이 유럽의 오리엔탈리즘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학계 일각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하멜의 기술 내용이 동양을 비하하고 왜곡하는 서양시각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학계의 인식과 별도로 강진군과 호르큼시가 새롭게 일궈가고 있는 문화 교류와 하멜 사업은 변함 없이 지속됐으면 한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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