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추는 소설, 김금희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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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추는 소설, 김금희 외 지음
2025년 08월 01일(금) 00:00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 있는가. 까만 단추처럼 보이던 눈이 어느 순간 생기를 머금고 당신을 응시할 때, 데구르르 구르는 동공 속에서 말 없는 속삭임이 전해진다. ‘당신에게 마을을 줘도 괜찮을까요?’

‘눈 맞추는 소설’은 김금희, 장은진, 황정은, 천선란 등 일곱 작가가 동물을 매개로 쓴 단편소설을 모았다. 단순히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성찰이자, 인간과 비인간이 맺는 관계의 윤리적 가능성을 탐색한 결과물이다.

김금희의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는 반려견을 잃고 슬픔에 잠긴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은진의 ‘파수꾼’은 건널목을 지키는 노인과 길고양이의 관계를 통해 돌봄이 결코 일방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양이는 마지막 순간 노인을 살려내고, 우리는 서로의 파수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조류독감 살처분 현장의 끔찍한 현실을 그린다. 무조건 빠르게 생명을 죽여야만 하는 공장식 시스템 속에서 닭의 심장 박동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작업자의 시선은 인간과 동물 모두를 소비하는 자본주의의 폭력을 고발한다. 김종광의 ‘산후조리’에서는 탈장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어미 소와 송아지를 끝까지 돌보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려, 너는 살려고 태어난 것이여”라는 문장은 생명의 존엄을 조용히 일깨운다.

우리는 종종 말하지 못하는 존재를 무시하거나 통제하려 한다. 책의 상상력은 동물의 눈을 바라보며 그들의 감정에 다가서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 곁의 타자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묻는다. 결국 동물을 이야기하는 일은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식일지 모른다. <창비교육·1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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