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도 쉽게…동양화 감상 입문서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동양화가 처음인 당신에게, 이장훈 지음
![]() 동양화에는 옛 시대의 풍습, 정신 등이 투영돼 있다. 이정 작 ‘풍죽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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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화에는 옛 시대의 풍습, 정신 등이 투영돼 있다. 신윤복 작 ‘월야밀회’(혜원전신첩). |
오늘날에는 다양한 문화기관에서 다채로운 전시가 상시로 열린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 기관의 특성을 살린 공간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펼쳐진다.
그만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맞물려 문화가 융합되고 시각예술에 대한 애호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간혹 박물관에서 제작한 굿즈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우리 고유의 것을 토대로 문화상품을 만들어 많은 이들이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것, 특히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있는 이들은 예상 밖으로 많지 않다. 작품을 알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앎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작품에 대한 이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 심층적인 지식을 전제로 한다.
‘동양화가 처음인 당신에게’는 동양화의 기본 개념을 비롯해 시대별 대표 작품 등을 소개한 책이다. ‘제대로 알고 즐기는 옛 그림 감상법’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그동안 일반인들과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던 동양화를 주제로 한다. 글을 쓴 이장훈 아트앤팁미디어랩 대표는 ‘글이나그림 아카데미’라는 콘텐츠 브랜드를 매개로 다양한 미술 관련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책은 한·중·일 회화의 흐름 등을 토대로 시각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 관조, 감상법 등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시아 화가들은 공통적인 습득의 방법이 있었다. 스승이 그려준 체본을 모사하며 화법을 익혔는데 외양 외에도 섬세한 필치도 그대로 따랐다. 고전을 배운 뒤 개성을 추구해야 좋은 작품 창작이 가능했다. 명가들과 스승의 화법을 배운 뒤에라야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화풍을 일궈나갈 수 있었다.
스승이나 명가의 작품을 모사하는 것을 방작이라 일컬었다. 원작을 그대로 깔고 베끼는 모작, 옆에 놓고 그리는 임작이 있다. 그러므로 방작은 옛 것을 토대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구현해야 의미가 획득됐다.
옛 명가들의 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던 화가들에게 화보는 좋은 교재였다. 중국서 간행된 ‘개자원화전’, ‘십죽재서화보’, ‘고씨화보’, ‘당시화보’ 등이 그것이다.
동양화는 소재에 따라 산수화, 인물화, 영모·화조화, 사군자화, 풍속화로 나뉘었다. 위진남북조시대 자연은 선비들을 대변해주는 대상이었다. 산이나 강을 그리는 것은 공자와 맹자가 인품을 흐르는 물에 비유한 이래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인물화는 정신까지 담아내는데 윤두서의 ‘자화상’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영모화가 감상의 그림으로 창작된 것은 당나라 이후부터다. 본래 ‘깃털 영’자와 ‘털 모’자가 합쳐진 말로 육지 동물은 영모화, 꽃과 새는 화조화로 불렸다. 조선 초기 영모화는 필묵의 유연함과 서정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암의 ‘모견도’, ‘화조구자도’가 유명하다.
춘추전국시대 네 명의 덕망있는 선비에서 비롯된 사군자는 유교적 군자상을 나타낸다. 조선시대에는 은일의 의미가 투영됐으며, 시와 함께 마음을 담아내기도 했다. 풍속화가 조선 영정조 시기에 유행한 것은 실학의 영향인 시대정신과 무관치 않다. 일본은 에도시대였던 18세기 화려한 표현들이 주를 이루며 관능적 분위기를 발하는 작품들이 창작됐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동양화의 흐름, 개념 등 기본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과 사람에 대한 관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각문화에 대한 주체적인 이해와 감상의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일 터다. <미술문화·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