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과학의 시대,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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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과학의 시대,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전대호 지음
2025년 12월 19일(금) 00:20
공기를 채운 주머니가 하늘로 처음 떠오른 것은 1783년이었다. 그 해 11월 21일 파리에서 몽골피에 형제가 제작한 열기구가 상공을 날았다. 바야흐로 인간은 신화 속 이카로스의 꿈을 실현했다.

사람을 태울 만큼 강한 양력을 발휘하는 기구를 현실화한 데는 화학의 도움이 있었다. 1766년 영국의 핸리 캐번디시의 수소 발견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물론 그는 수소를 새로운 원소로 인식하지는 못했다. 프랑스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783년 11월 12일 파리에서 인류 최초의 기구가 떠올랐다.
몽골피에 형제의 열기구는 수소와 무관하며 불과 관련이 있다. 열로 인해 공기가 양력을 얻는 비행 기계가 바로 열기구인 것이다. 그 즈음 자크 알렉상드르 세자르 샤를 박사는 세상에 수소 기구를 알렸다. 1783년 12월 1일 튀일리 공원에서 수소기구가 하늘로 올랐다. 당시 그 광경을 보려고 모인 군중이 40만에 달했다.

하늘로 나는 기구를 보고자 하는 욕망은 상상 이상이었다. 당시 파리 인구가 80만이었으니 대중의 구경 욕구가 어떠한지 짐작할 만하다. 지난달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를 보기 위해 수많은 군중이 인근에 운집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일 터였다.

과학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탐색하고 인문학적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 출간됐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빠르게 변하는 과학의 시대,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지 묻는다.

저자는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번역을 해온 전대호 작가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몇 권의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또한 ‘수학의 언어’를 비롯해 ‘인터스텔라의 과학’, ‘허구의 철학’ 등 다수의 과학서와 철학서를 번역한 바 있다.

책 전편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인간적인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낯설게 생각한다.

과학자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거나 과학이라는 학문이 발현하는 권위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인문학을 공부하거나 인문학적 사유에 길들여진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을 생동하게 하는 것은 정치한 논리, 위대한 기술이 아닌 과학과 연계된 삶 자체라고 강조한다. 딱딱한 이미지, 냉철한 이성으로만 과학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물리학 역사에서 가장 저명한 단체의 사진을 꼽는다면 1927년 브뤼셀 5차 솔베이 회의에서 촬영된 사진을 들 수 있다. 당대 물리학자 29명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들이었다. 헌데 그 사진에는 물리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마리 퀴리였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할 만큼 위대한 그녀가 특허를 포기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퀴리 부부는 경제적 이익에 초연했다. 이 같은 특허 포기는 이들보다 2년 앞서 엑스선 발견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도 실천했다. 정작 뢴트겐 자신은 돈을 지불하고 엑스선 촬영을 해야 했으며 가난하게 여생을 마쳤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특허 포기가 능사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연구에 대한 보상은 향후 과학 발전을 견인하고 촉진하는 매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럽에 인도의 아라비아숫자, 그것을 이용한 계산법이 보급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가 있다. 1202년 ‘계산 책’을 집필한 피보나치다. 무역과 세무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북아프리카에서 거주한 그는 인도 아라비아숫자를 거부감없이 수용했고 이를 책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그를 과학자라 명명할 수 없지만 숫자와 계산법을 보급해 유럽 과학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실만큼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책에는 ‘어둠에서 빛의 시대로-파리의 가로등’, ‘쏠림이 만드는 성공의 실패-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마음가짐’, ‘폭력성과 통제 불가능성-니체와 다이너마이트’ 등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해나무·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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