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전체메뉴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3년 04월 20일(목) 23:00
신병 훈련을 마치고 부대 배치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부대의 창설일을 맞아 체육대회가 열렸다. 우리 부대는 우승했고 돼지 한 마리를 부상으로 받았다. 그 기념으로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부대장은 막내를 불렀고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관등 성명을 크게 외치며 뛰어 나갔고 부대장은 술병을 들고 기분 좋은 얼굴로 나에게 따라 주려고 하였다. 그 순간 나는 군종병이라며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 갑자기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수십명의 선임병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이글거렸다.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잔을 들어 술을 받으라는 선임병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그런 압박을 나는 견딜 수 없어 잔을 들어 부대장이 따라준 술을 받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와 그 술을 뱉어 내었다. 사실 마시지 않고 입에 머금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선임병들은 지혜롭게 행동했다고 칭찬 하기도 했고 이등병 주제에 대견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 씁쓸한 기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신앙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신앙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한국 기독교사에서 일사 각오의 신앙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주기철 목사를 기억한다.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옥고를 치루며 그 많은 고문과 회유,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 신앙을 지켰다. 그의 이러한 용기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앙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하겠다. 죽음이라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의 큰 힘이 있는 듯 하다. 죽음을 각오하면 오히려 두려움을 극복하고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긴다. 또 한 가지는 죽음을 의지하게 되면 자유로워 질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는 무서운 힘이 있다.

슈퍼맨으로 잘 알려진 영화 가운데 인간미를 잘 그려낸 ‘맨 오브 스틸’ 이라는 영화에서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장성한 주인공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과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강한 토네이도에 의해 도로의 많은 차들조차 낙엽처럼 하늘로 치솟는 그 속에서 그의 아버지는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초능력자 아들이 도우러 오는 것을 막는다. 자신을 구하러 오려는 아들을 바라보며 절대로 오지 말라는 아버지의 눈빛과 손짓하는 장면은 위기의 그 순간에서도 슈퍼맨인 아들이 인간들의 편견 속에서 고통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부성애를 잘 담아 낸 거 같다. 순간 토네이도에 휩쓸려 죽고 마는 아버지, 그런 모습을 지켜 보고 있어야만 하는 아들 슈퍼맨! ‘사람들은 너의 능력을 보면 분명 너를 두려워 할거야.’ 아버지의 뜻을 받아 들였기에 슈퍼맨은 아버지를 구할 힘이 있음에도 그저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는 로마가 기득권을 잡고 있었다. 예수의 명성과 능력은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었고, 그의 능력은 두려움이 되었다. 비웃으며 조롱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장이라도 권능을 보일 수 있었지만 그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죽음의 길을 갔다. 묵묵히 어린양처럼 십자가를 지고 죄인처럼 못 박히고 말았다. 그 사랑의 열정이, 구원의 열심이 고난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고 죽음을 맞이함에 있어 흔들리지 않게 하였다. 죽음을 각오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강한 힘, 예수는 어떠한가. 죽음을 맞이하였고 마침내 죽음을 이겨 버렸다. 그것을 가리켜 ‘사망 권세를 이겼다’라고 표현하며 신학자들은 예수의 부활을 ‘죽음을 죽인 사건이다’라고 말한다.

구약성경의 아가서 8장 6절에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라는 구절이 있다.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죽음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과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것이다. 예수는 요한복음에서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큰 사랑이 없나니” 말하고 또한 “나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않고 친구라 하였노니”라고 말씀하셨다. 즉, 예수는 친구인 우리를 위하여 생명을 주심으로 큰 사랑을 보이셨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두렵게 하며 지배하던 죽음의 힘을 사랑의 힘으로 넘어섰고 또한 승리하였다.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절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놀라움을 기리는 절기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라 하겠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