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 -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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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 -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2025년 03월 07일(금) 00:00
‘deepseek’의 핵심개발자가 샤오미로부터 연봉 20억원을 제안 받았다고 한다. 국내의 한 반도체 전문가는 우리나라에 AI인재가 없는 이유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도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43개의 반도체 관련 특허를 냈는데, 이와 관련해서 받은 돈은 200만원이 채 안되었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매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 이공계 인재들이 갈 곳은 대기업 밖에 없는데, 대기업의 현실 역시 팍팍하다.

이런 이유로 인재들이 의대로 몰린다고 그는 진단하고 있다. 의사는 수입도 좋거니와 노후 걱정 같은 것도 할 필요 없기 때문이다. 국내 AI 실태를 취재한 기사는 “의대로 몰리는 인재들을 탓할 필요없다. 수입이 좋은 곳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가 제시하는 대안은 간단하다. AI 산업을 육성하려면 이공계 인재들에게 확실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팀이 상온에서 양자역학의 스핀 펌핑 현상을 발견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발열문제와 관련있는 이 연구는 노벨상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사회에 기여하는 것으로 따지자면 이 연구팀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카이스트라 해도 교수 연봉이 잘나가는 글로벌 AI 인재에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실제 연구의 실무를 담당했을 대학원생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과학자들을 연구에 몰두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예전에 생명공학을 전공한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 있다. 그 분은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이 분을 움직인 힘은 명예였을까?

자신의 기술을 딱히 인정받을 길이 없는 기술자들에게 금전적 보상 이외의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연구자들에게 연구 성과에 따른 획기적인 보상을 지급한다면 과연 과학자들이 순수하게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을까? 일찌기 톨스토이는 “사람은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부와 명예가 삶에서 필요하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 어떤 이유도 의미도 없이 태어났다. 살아 있는 존재들이 계속 살아가는 것은 살고자 하는 뿌리 깊은 본능 때문이다. 왜 사는가? 살고 싶으니까 산다. 일종의 동어반복이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일이 본능의 충족 만으로 해결되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의미없이 반복되는 행동으로 비칠지라도,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삶을 지탱할 수 없는 것이 존재가 안고 있는 숙명이다. 만일 시시포스가 자신의 행위에서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하여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면, 과연 그는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을까? 까뮈의 통찰처럼, 무한한 세월동안 정상을 향해 힘들게 바위를 굴리기만 하는 시시포스의 삶이 곧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불교에서는 욕계(欲界)라고 한다.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욕망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욕망이 깊어지면 탐욕이 되고 애착이 된다. 이를 갈애(渴愛)라고 한다. 번뇌가 바로 이 갈애에서 나온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결국 번뇌를 뿌리 뽑는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매우 명쾌하게 삶의 본질을 간파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명제는 어디까지나 우리들 자신이 내면의 욕망을 대면하고 직시할 수 있을 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평소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욕망을 자가 검열하기도 하고, 내면의 욕망을 객관화하고 계량화하여 비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가끔은 욕망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욕망을 욕망이라 하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할 도리, 나아가 사명감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욕망의 노예가 되거나, 욕망을 기피한다. 내면의 욕망을 직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행복은 내면의 욕망과 대면하는데서 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여유 또한 행복의 조건이다.

AI전쟁터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에게 금전적 보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전에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전투를 수행하고 있는 자신을 직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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