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생활의 삼근기(三根機)와 지도방편-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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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생활의 삼근기(三根機)와 지도방편-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5년 02월 14일(금) 00:00
과거 모든 불보살 성현과 주세불들은 극진한 대자대비로 일체 생령들을 죄악에서 해탈로, 고해에서 낙원으로 영생을 구원하고자 작정코 제도 사업을 펼쳤다. 그리하여 제일 먼저 믿음 유도의 방편을 베푸는 일부터 한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글로, 때로는 행으로, 근기 따라 갖가지 방편을 나투어 바른 믿음 생활로 인도(引導)하기 시작한다. 이 믿음이 형성되지 아니하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원불교(圓佛敎) 정산종사법어(鼎山宗師法語) 경의편(經義編) 4장에 보면 “하근기(下根機)는 우치하여 무슨 형상 있는 것이라야 믿으므로 어린아이는 과자나 노리개로 달래고”, “중근기(中根機)는 좀 더 지각이 나면 우상을 배척하고 어떤 명상에 의지하여 믿으므로, 점점 자라서 소년기에 이르면 어른의 이름을 빙자하여 이해시키고”, “상근기(上根機)는 좀 더 깨치면 명상도 떠난 진리 당체를 믿으려 하므로, 어른이 되면 이치 따라 경위로 일러 주어 스스로 바른 믿음이 서도록 해준다”고 했다. 부연하자면, 하근기는 그 지견이 어린아이와 같아서 사리에 따라 경위로 타이르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른의 권위를 내세워도 통하지 않는다.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은 헛수고일 뿐이다.

이때는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기호에 맞춘 노리개나 먹거리를 제공해 줌으로써 떼쓰는 아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비록 나이는 성인이라도 그 지견 정도가 하근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사리와 경위가 통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형상물(totem)을 내세워 믿게 하고 그 믿음에 따라서 바른 믿음으로 유도해 갈 수 있다. 먼저 우상이나 형상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따라 믿게 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중생들의 욕망에 맞추어 기복 신앙심에 불을 붙이는 방편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정법(正法)신앙으로 인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서만 활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생들의 어리석음만 더욱 가중시켜서 영원히 미로(迷路)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한다면 이것은 정법 제도(濟度)의 길을 막는 일종의 죄악이 될 뿐이다. 그러하거늘 여기에 겹쳐서 어리석은 마음을 이용하여 어떻게 하려는 생각까지 갖는다면 이중 삼중의 죄업을 짓는 일이요, 빚을 짓는 일이라 참으로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유혹이나 현혹에 결코 빨려 들어가서도 안 된다. 스스로에게는 어리석음에 매몰되게 큰 후회를 낳고 상대는 큰 죄업을 짓게 하는 결과까지 빚는다.

중근기는 아이가 점점 자라서 소년기에 이른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기에 이르면 과자나 노리개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고 어른의 권위에 깊이 의지하려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이치의 원리를 따라 이해시키기에는 아직 이르다.

유태인 자녀 교육에는 가장(家長)의 권위를 십분 활용한다고 한다. 즉 가장이 앉는 의자에 평소 시트를 덮어 두어 존엄하게 생각하도록 하여 이를 자녀 교육에 활용한다고 한다. 부모든지 아니면 우주의 근원자에 대한 권위를 내세워 의미를 부여하고 그 권위 앞에 순종하도록 믿음을 유도하면서 점점 그 지각이 열려가게 한다. 그리하여 믿을 수밖에 없는 절대 권위자, 즉 유일 절대자, 창조주, 아버지, 왕 등을 상징적으로라도 내세워 신앙을 대상화하는 신앙이다.

다음으로 상근기는 소년이 자라서 스스로 어른이 되면 이치에 따라 사물의 경위가 훤히 모이므로 어른의 권위로 지도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아무리 어른이 하는 일이라도 잘잘못을 가려낼 줄 안다. 그리하여 더욱 성숙해지면 이미 명상을 떠난 진리 당체를 믿는 마음으로 자리한다. 이 진리 당체를 믿는다 해도 그것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천차만별이다. ‘우주 만유 속에 진리 실상이 내재되어 있거니’하는 가상을 갖고 있는 믿음에서부터,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인과보응(因果報應)까지 어김없는 줄 알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치를 알아 갖게 되는 믿음을 상근기 믿음이라 한다. 이쯤 되면 말과 글이 필요 없고 형식과 틀에 묶이지도 않으며 진리, 스승, 교법, 회상과 하나되어 심심상련(心心相連), 법법상법(法法相法)으로 자비·경륜의 실현을 한없이 펼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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