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보는 법’-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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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는 법’-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5년 03월 21일(금) 07:00
봄이 오는 것일까? 바짝 마른 나뭇가지에서 새하얀 매화 꽃봉오리들이 활짝 열리고 있다. 속으로 ‘그래, 활짝 핀 꽃의 향기로 봄이여 와라! 그 향기가 퍼져 모두가 향기롭게 새로운 봄! 싱그러운 봄! 행복한 봄을 맞이하도록 도와줘!’라고 말해본다. 봄을 볼 수 있어서 고맙고,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생동감 넘치는 봄의 기운이 피부에 닿아서 좋다. 봄의 선물을 받으면서, 우리의 삶은 물론 주어지는 모든 것이 봄의 선물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계절과 환경의 변화, 그리고 기온과 날씨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마태오 복음 5장 45절의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라는 말씀처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이다. 각자가 받아들이는 정도 또는 그릇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르게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생명의 소중함, 아름다운 자연의 보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 존재의 보편성, 모두를 위하고 돌보게 하는 공동선, 인간 존엄의 입장에서 높고 낮음이 아니라 똑같은 존재를 살아가고 실현해 내는 동등성 등은 다르게 보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생명과 자연, 건강한 삶과 인간 존엄 등의 본질은 잃어버리면 되찾을 수 없고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명과 자연, 인간의 존엄성은 소중한데도 불구하고 항상 옆에 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망각되기 쉽다. 알지만 잊어버리고 분명하지만 애써 들추어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병들고, 잃어버리고, 사라지고, 떠나고 난 뒤에서야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왜 우리는 제대로 ‘보는 법’을 놓치는 것일까?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의 고통과 십자가의 죽음에 동참하면서 부활의 영광을 준비하기 위해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이 시기 동안 자신을 돌아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되거나 익숙해져 버린 일상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 익숙함과 당연함으로 고착화되어 버려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영적인 훈련의 시기이다. 단식과 희생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거짓된 안락함을 알아보고 정화하는 것이다.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최근 스페인 주교회의에서 펴낸 ‘이주민 사목의 정체성과 환경’이라는 사목적 권고를 번역했다. 이 권고문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시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복음서는 마음을 열어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학교이다. 그래서 복음서에서 가장 감동적이며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바로 ‘보는 법’을 몰랐던 이들의 물음으로,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을 뵈었습니까?”(마태 25,37-44)를 제시한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든 사목 활동은 이 질문에 봉사하는 것이며,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치고, 눈앞에 놓인 현실에 자비롭게 응답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우리가 진실하게 보는 법을 ‘연민’을 통해서 가르치고 있다. 연민은 보는 법, 듣는 법, 목소리를 내는 법, 어루만지고, 돌보고, 보호하며 많은 이들이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것을 찾아 나서는 법을 아는 것이다. 연민의 마음으로 환대하는 것은 타인을 자신의 방식으로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다름’과 ‘타자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른 이와의 만남을 향한 열림이며 그들의 차이, 존엄성,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상호 환대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풍요롭게 하며 모두가 승리하도록 이끈다. ‘보는 법’은 선한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보는 법’을 깨우쳤다면 새로운 삶으로 초대되어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보일 것이다. 특히 작금의 시대는 ‘보는 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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