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단원고 4.16 기억교실’] 2014년 4월 ‘마지막 수업’ 현장
별이 된 아이들과 함께 꿈을 꾼다
단원고 교무실·교실 원형 복원
책상·교실 창틀까지 그대로 이전
추모·기억 넘어 희망 만나는 곳
단원고엔 ‘노란 고래’·우체통…
4.16기록 저장소, 아카이빙 작업
단원고 교무실·교실 원형 복원
책상·교실 창틀까지 그대로 이전
추모·기억 넘어 희망 만나는 곳
단원고엔 ‘노란 고래’·우체통…
4.16기록 저장소, 아카이빙 작업
![]() 지난해 문을 연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2학년 교실 10개와 교무실 등이 그대로 복원된 공간이다. 4.16기억저장소의 기록물을 토대로 단원고에 있던 책·걸상을 비롯해 콘센트, 창틀까지 그대로 이전했다. |
‘우리 동혁이한테 일주일 전에 사준 운동화가 있어요. 내가 “이거 신고 가” 했더니 “여행 갔다 와서 신을게요. 아껴 신으려고요. 너무 예쁘잖아요” 했던 애였거든요. 그 신발을 이제 올려놨어요. 거기에, 빈소 위에 다가.’
손 글씨로 정성들여 쓴 글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동혁이가 한번도 신지 못한, 함께 그려진 ‘운동화’가 유독 눈에 밟혔다. 그곳엔 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만 먹여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엄마의 마음도,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아들의 꿈을 기억하는’ 아빠의 마음도 함께 있었다. 삼백네송이의 꽃들이 있었다.
지난 8월 광주여성재단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8 주기 손글씨전 ‘그날을 쓰다’에서 만난, 부모·형제·친구들의 추억과 기억은 잊고 있던 ‘그 날’을 떠올리게 했다. ‘슬픔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기억과 연대’를 이어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초 시리즈 계획에는 없었지만.
경기도 안산 4.16 민주시민교육원에 자리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하 기억교실)은 지난 2014년 4월 16일로 시간이 멈춘 단원고 교무실과 교실을 원형 복원한 곳이다. 희생 학생 250명, 교사 11명이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던 현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4.16 민주시민교육원 마당으로 들어서니 조형물 ‘4.16 민주교육원에 사는 친구들’이 보인다. 노란 종이배를 얹고 노란 리본을 달고 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고래, 하늘 끝에서 친구들을 만나러 오는 별이 등이다.
건물 입구 앞 ‘잊지 않을게’ 코너에는 추모객들이 노란 종이에 써놓은 글들이 빼곡히 걸려 있고, 1층 로비에는 노란 종이배를 들고, 노란 리본 위에 앉아 있는 이의 모습이 담긴 최재덕 작가의 ‘기억하라! 20140416’이 놓여 있다.
참사 후 2년간 단원고에 있던 기억교실은 세 차례 이전한 끝에 지난해 4월 현재의 위치에 문을 열었다. 기억교실은 기록 관리 비영리 단체 ‘4.16 기억저장소’가 소장하고 있는 기록 목록, 현장 자료를 토대로 당시 2학년 교실을 원형복원했다.
학생들이 사용했던 책상, 의자, 칠판, 사물함 뿐 아니라 교실 문틀, 창문틀, 전기 콘센트, 천장 텍스, 몰딩 하나까지 그대로 이전했다. 지난 2021년에는 10개의 교실과 1개 교무실 내 칠판, 메모, 책걸상 등 비품 총 473점이 일괄로 국가지정 기록물 제14호로 지정됐다.
계단을 올라 교실로 들어섰다. 2학년 교실은 2014년 4월 어느 날의 모습이었다. 2014년 달력, 4월의 식단표, 가정 통신문, 2015 수도권 4년제 대학 안내도, 환경미화용 작품…. 단지 아이들만 그곳에 없었다.
‘명예 3-1’이라는 팻말이 함께 걸린 2학년 1반 교실. 37명의 학생 중 하늘의 별이 된 18명의 책상에는 아이들의 사진과 흔적,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써놓은 글들이 놓여있다. “언니, 아프지 말고 잘 지내세요. 눈이랑 비오는데 건강 잘 챙기고 항상 행복하게 지내세요. 기억할게요.” 지난 3월 누군가가 써놓은 글귀가 아련하다.
3반 교실 게시판에는 4월 16일이 생일이었던 담임 선생님을 위한 아이들의 손편지가 붙어 있다. 칠판 가득 채워진 방문객들의 글, 교실 문에 적힌 기원의 글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교무실로 들어서 책꽂이에 꽂힌 책, 출석부, 필기용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선생님들의 책상을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떠난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메모를 천천히 읽으며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애썼던 선생님들을 떠올린다.
어느 교실에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아껴 불러 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영상. ‘고해인·김민지·김민희…’ 잔잔한 기타 반주에 맞춰 그저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교실 안에 있던 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일반인 희생자를 포함한 305명의 이름이 모두 불려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기억교실을 나와 단원고로 향했다. 아이들이 걸었을 거리, 살았던 집, 뛰어 놀았을 공원, 미래의 꿈을 꾸며 공부에 몰두했을 학원 등을 지난다.
학교에는 추모 조형물 ‘노란 고래의 꿈’(최명환·김주현)이 있다.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등에 지고 그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며 수면 위로 승천하는 노란 고래는 우리들 마음 속에 학생들이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올해 8 주기를 맞아서는 고래 앞에 ‘노란 우체통’이 설치됐다. 추모객과 학생들이 쓴 편지는 매월 말 4.16 기억저장소에 전달된다.
‘기억하고, 기록하며, 행동하는’ 4.16기록 저장소는 ‘304명의 꿈이 빛이 되어 세상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일을 진행중이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손 편지 모음 책 ‘그리운 너에게’, 피해자 가족과 잠수사·동거차도 주민 등 100명의 4.16 증언 구술록 ‘그날을 말하다’ 등을 펴냈고, 홈페이지에는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다양한 아카이브가 저장돼 있다.
‘기억과 약속의 길’도 중요 프로그램이다. 2014년 7월부터 현재까지 매달(셋째 주 토요일) 한차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들과 단원고 아이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생일을 맞은 아이들도 기억하는 프로그램으로 4.16 기억교실, 단원고 추모조형물, 4.16 기억 전시관, 생명안전공원 부지를 순례한다.
추모와 기억을 넘어 희망을 만나는 공간.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별이 된 아이들과 함께 꾸는 꿈이다.
/안산=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손 글씨로 정성들여 쓴 글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동혁이가 한번도 신지 못한, 함께 그려진 ‘운동화’가 유독 눈에 밟혔다. 그곳엔 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만 먹여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엄마의 마음도,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아들의 꿈을 기억하는’ 아빠의 마음도 함께 있었다. 삼백네송이의 꽃들이 있었다.
![]() 기억교실 로비에서 만나는 최재덕 작가의 ‘기억하라! 20140416’. |
4.16 민주시민교육원 마당으로 들어서니 조형물 ‘4.16 민주교육원에 사는 친구들’이 보인다. 노란 종이배를 얹고 노란 리본을 달고 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고래, 하늘 끝에서 친구들을 만나러 오는 별이 등이다.
건물 입구 앞 ‘잊지 않을게’ 코너에는 추모객들이 노란 종이에 써놓은 글들이 빼곡히 걸려 있고, 1층 로비에는 노란 종이배를 들고, 노란 리본 위에 앉아 있는 이의 모습이 담긴 최재덕 작가의 ‘기억하라! 20140416’이 놓여 있다.
참사 후 2년간 단원고에 있던 기억교실은 세 차례 이전한 끝에 지난해 4월 현재의 위치에 문을 열었다. 기억교실은 기록 관리 비영리 단체 ‘4.16 기억저장소’가 소장하고 있는 기록 목록, 현장 자료를 토대로 당시 2학년 교실을 원형복원했다.
![]()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 기억교실’ 건물 앞에 걸린 추모글. |
계단을 올라 교실로 들어섰다. 2학년 교실은 2014년 4월 어느 날의 모습이었다. 2014년 달력, 4월의 식단표, 가정 통신문, 2015 수도권 4년제 대학 안내도, 환경미화용 작품…. 단지 아이들만 그곳에 없었다.
‘명예 3-1’이라는 팻말이 함께 걸린 2학년 1반 교실. 37명의 학생 중 하늘의 별이 된 18명의 책상에는 아이들의 사진과 흔적,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써놓은 글들이 놓여있다. “언니, 아프지 말고 잘 지내세요. 눈이랑 비오는데 건강 잘 챙기고 항상 행복하게 지내세요. 기억할게요.” 지난 3월 누군가가 써놓은 글귀가 아련하다.
3반 교실 게시판에는 4월 16일이 생일이었던 담임 선생님을 위한 아이들의 손편지가 붙어 있다. 칠판 가득 채워진 방문객들의 글, 교실 문에 적힌 기원의 글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교무실로 들어서 책꽂이에 꽂힌 책, 출석부, 필기용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선생님들의 책상을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떠난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메모를 천천히 읽으며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애썼던 선생님들을 떠올린다.
![]() 단원고에 설치된 추모 조형물 ‘노란고래의 꿈’. |
기억교실을 나와 단원고로 향했다. 아이들이 걸었을 거리, 살았던 집, 뛰어 놀았을 공원, 미래의 꿈을 꾸며 공부에 몰두했을 학원 등을 지난다.
학교에는 추모 조형물 ‘노란 고래의 꿈’(최명환·김주현)이 있다.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등에 지고 그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며 수면 위로 승천하는 노란 고래는 우리들 마음 속에 학생들이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올해 8 주기를 맞아서는 고래 앞에 ‘노란 우체통’이 설치됐다. 추모객과 학생들이 쓴 편지는 매월 말 4.16 기억저장소에 전달된다.
![]() 경기도 안산시 ‘4.16 민주교육원’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 |
‘기억과 약속의 길’도 중요 프로그램이다. 2014년 7월부터 현재까지 매달(셋째 주 토요일) 한차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들과 단원고 아이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생일을 맞은 아이들도 기억하는 프로그램으로 4.16 기억교실, 단원고 추모조형물, 4.16 기억 전시관, 생명안전공원 부지를 순례한다.
추모와 기억을 넘어 희망을 만나는 공간.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별이 된 아이들과 함께 꾸는 꿈이다.
/안산=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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