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배봉기 교수 “남도 정서 깃든 벌교서 후학 양성하겠다”
벌교에 창작아카데미 개설
동화·청소년 소설반…창작집 감상·합평 등 실기 위주
동화·청소년 소설반…창작집 감상·합평 등 실기 위주
![]() |
동화작가인 배봉기(66) 전 광주대 문창과 교수는 3년 전 대학에서 명예퇴직했다. 대학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야인이 되었다. 사실 대학이라는 울타리는 양면성을 지닌다. 고정적인 급여가 나오기에 안주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창작을 하는 편에서 보면 자칫 타성에 젖을 수 있다.
배 작가가 최근 벌교에 ‘둥지’를 틀었다. 벌교와는 연고가 없는 그였다. 무슨 연유일까? 예상했던 대로 작업실을 마련했다는 소식이었다. 명예퇴직을 한 뒤로는 거의 소식이 없었던 터라 그의 고향인 남원으로 낙향을 했는가 싶었다.
오랜만의 전화 통화에서 그는 “벌교에서 작가를 한번 양성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대학교수로,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을 했던 광주에 작업실을 마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을 잉태한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지요. 그러나 의외로 문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다시 말해 기회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벌교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동화·청소년소설 아카데미’를 개설한 배경을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벌교는 순천, 고흥, 여수, 광양 쪽에서 올 수 있는 거리”라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명퇴 이후 어떻게 보냈을까. 그동안의 근황이 궁금했다. 한동안 창작 소식을 듣지 못했던 터였다.
“국내외 곳곳을 다니며 일종의 ‘견문’을 넓혔습니다. 제주도에도 갔고 유럽에도 갔고 남미에도 갔었죠. 학교에 매여 있다 보니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지리산 쪽에 칩거를 하며 새로운 경험을 했지요.”
그동안 그의 삶은 대학교수에서 창작인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광주대 문창과에서 25년 재직을 했던 터라 제자들은 광주 전남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는 “자녀들도 모두 성장했고 저마다 자신들의 일이 있기에” 자신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벌교의 작업실에 대해 물었더니 “소박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매주 두 차례 문청들과 함께 문학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사실 남도에서 벌교라는 지역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언급한대로 조정래 소설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해방 이전에는 경전선 철도가 지나면서 벌교역을 중심으로 교통이 발달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벌교에는 가장 남도다운 정서와 풍경이 남아 있다. 갈대천도 있고 문화관광지로도 조성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배 교수가 벌교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은 나름의 ‘문학적 고민’에서 비롯됐을 거였다.
3월 첫 주에 개강하는 아카데미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단순한 강의 전달식이 아닌, 실기 위주의 창작력 함양에 초점을 뒀다.
“수업은 기성 작가들의 창작집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위주로 진행됩니다. 수강생들의 창작품 발표와 합평도 중요한 활동이지요. 물론 동화나 청소년 소설의 주요 요소를 항목별로 강의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이 세 방식을 상황에 맞게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배 교수를 말할 때 아동문학과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펼친 전방위적 작가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대학 재직시절 신춘문예를 비롯해 각종 문학상 등을 통해 100여 명의 동화와 청소년소설 작가를 배출했다. 그 자신 또한 ‘소년중앙 문학상’과 ‘계몽문학상’ 동화로 등단해 ‘실험 가족’ 등 모두 25권의 동화와 청소년소설, 그림책을 출간한 바 있다.
또한 소설 쪽에도 관심을 기울여 ‘문학사상’ 신인상에 장편 소설 ‘서울 사막 낙타눈깔 혹은, 낙타의 눈물’이 당선돼 몇 권의 소설집을 내기도 했다. 서울연극제·한국연극 100주년 기념공연 등을 통해 ‘인간의 시간’, ‘물의 노래’ 등 여러 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수강생들이 독서와 창작 과정에서 갖게 되는 의문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해소하며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문학적 트렌드는 조금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창작을 하는 기본적인 요소 일테면 소재와 구성, 인물을 만들어가는 방법 등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작품 유행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을 형상화하는 방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합평을 하면서 창작의 방향을 모색해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서사도 영상 쪽이 강하고 판타지와 결합하는 부분이 많지요. 이런 부분도 수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창작 방법을 모색해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1기 아카데미는 동화반(매주 화요일 오전10시)과 청소년소설반(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각각 1반씩 모집하며 각 반 최대 인원은 12명이다. 오는 22일 마감이며 3월 첫 주 개강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배 작가가 최근 벌교에 ‘둥지’를 틀었다. 벌교와는 연고가 없는 그였다. 무슨 연유일까? 예상했던 대로 작업실을 마련했다는 소식이었다. 명예퇴직을 한 뒤로는 거의 소식이 없었던 터라 그의 고향인 남원으로 낙향을 했는가 싶었다.
“물론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을 잉태한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지요. 그러나 의외로 문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다시 말해 기회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배 교수는 명퇴 이후 어떻게 보냈을까. 그동안의 근황이 궁금했다. 한동안 창작 소식을 듣지 못했던 터였다.
“국내외 곳곳을 다니며 일종의 ‘견문’을 넓혔습니다. 제주도에도 갔고 유럽에도 갔고 남미에도 갔었죠. 학교에 매여 있다 보니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지리산 쪽에 칩거를 하며 새로운 경험을 했지요.”
그동안 그의 삶은 대학교수에서 창작인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광주대 문창과에서 25년 재직을 했던 터라 제자들은 광주 전남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는 “자녀들도 모두 성장했고 저마다 자신들의 일이 있기에” 자신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벌교의 작업실에 대해 물었더니 “소박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매주 두 차례 문청들과 함께 문학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사실 남도에서 벌교라는 지역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언급한대로 조정래 소설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해방 이전에는 경전선 철도가 지나면서 벌교역을 중심으로 교통이 발달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벌교에는 가장 남도다운 정서와 풍경이 남아 있다. 갈대천도 있고 문화관광지로도 조성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배 교수가 벌교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은 나름의 ‘문학적 고민’에서 비롯됐을 거였다.
3월 첫 주에 개강하는 아카데미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단순한 강의 전달식이 아닌, 실기 위주의 창작력 함양에 초점을 뒀다.
“수업은 기성 작가들의 창작집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위주로 진행됩니다. 수강생들의 창작품 발표와 합평도 중요한 활동이지요. 물론 동화나 청소년 소설의 주요 요소를 항목별로 강의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이 세 방식을 상황에 맞게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 |
또한 소설 쪽에도 관심을 기울여 ‘문학사상’ 신인상에 장편 소설 ‘서울 사막 낙타눈깔 혹은, 낙타의 눈물’이 당선돼 몇 권의 소설집을 내기도 했다. 서울연극제·한국연극 100주년 기념공연 등을 통해 ‘인간의 시간’, ‘물의 노래’ 등 여러 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수강생들이 독서와 창작 과정에서 갖게 되는 의문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해소하며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문학적 트렌드는 조금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창작을 하는 기본적인 요소 일테면 소재와 구성, 인물을 만들어가는 방법 등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작품 유행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을 형상화하는 방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합평을 하면서 창작의 방향을 모색해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서사도 영상 쪽이 강하고 판타지와 결합하는 부분이 많지요. 이런 부분도 수업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창작 방법을 모색해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1기 아카데미는 동화반(매주 화요일 오전10시)과 청소년소설반(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각각 1반씩 모집하며 각 반 최대 인원은 12명이다. 오는 22일 마감이며 3월 첫 주 개강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