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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연대기(連帶記)-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2년 01월 24일(월) 06:00
재난영화처럼 시작되었던 전 세계의 코로나 팬데믹은 일단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조만간 끝나게 될 것 같은 희망을 안겨 주었다. 적어도 오미크론이란 새로운 코로나 변종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의 변종을 이겨 내며 꿋꿋하게 버텨 오던 우리 모두는 실망감과 좌절감을 갖고 새해를 맞게 되었다. 또다시 직면한 새로운 코로나 위기로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만 보자면 세상은 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만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독일 국민은 그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신년 불꽃놀이와 파티를 포기하고 새 연립정부 총리의 신년 인사말을 듣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메르켈(Merkel) 전 총리에 이은 숄츠(Scholz) 총리는 코로나와 대홍수로 인한 재난에 맞서 함께 행동해 준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팬데믹과 기후 위기 상황에 더욱 강력하게 연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독일에선 이제 하루 10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엄격한 제한 조치의 시행을 의미하는 록다운(lockdown) 없이 팬데믹을 이겨 내기 위해 코로나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개인이 학생이건 선생님이건 또는 자영업 종사자이건 모두가 새로운 코로나 대응 수칙을 따른다. 어떻게든 일상을 지켜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그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요즘에도 독일 아이들은 열심히 학교에 간다. 모두들 자신의 루틴에 따라 생활을 하며 올 한 해를 시작했다. 실제로 강화된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공공장소 출입을 위해 접종 큐알코드를 보여 주고, 매일 신속 코로나 테스트를 하는 것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삶과 생계를 지키기 위해 이 불편함과 위험을 얼마든지 감수하기로 했다.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전시장과 공연장의 문은 오래전부터 다시 열렸고 예술가는 관객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에 따르는 수고스러움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한 예술가들을 생각하며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코로나로 운영이 어려운 서비스 관련 업장은 신속 코로나 테스트 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미리 공연 티켓을 준비한 관객은 공연 당일 동네 곳곳에 위치한 신속 테스트 센터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핸드폰을 통해 받은 방역 패스와 음성 테스트 결과 두 가지를 함께 보여 주면 원하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한 예로 연일 오미크론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함부르크에서 큰 기대를 불러 모으며 12월부터 시작된 연극 해리포터의 경우 예정대로 차질 없이 상연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공연은 2시간 40분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공연 시간만 5시간 넘게 구성되었다. 그 중 2부와 3부 사이에 있는 인터미션만 2시간으로, 관람객은 이 시간 공연장 밖 인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3·4부 공연을 이어 볼 수 있다. 이 공연으로 관객은 예술 향유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또한 생업으로 종사하는 참여 예술가과 관련 업계 종사자 그리고 인근 자영업 관련 종사자들은 매일 상생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독일인의 신속 코로나 테스트 센터의 운영과 방역 패스의 활용 일상은 여러모로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긴 하다. 하지만 록다운을 하지 않고 일일생활권 내의 방역 패스를 유연하게 사용함으로써 연대를 통해 상생을 도모하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과 독일 두 나라를 오고 가면서 코로나 위기 속 어느 나라의 정부 대응과 그리고 그 안의 개인의 삶이 더 나은 지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내용이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긴 해도 공통으로 추구하는 바는 팬데믹에서도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국민의 연대는 그야말로 세계인들의 칭찬을 받을 만큼 훌륭하다. 나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신뢰하고 감사한다. 오미크론이며 앞으로 나타나게 될 또 다른 변종을 당장에는 누구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모두들 힘을 내길 바란다. 개개인의 삶이 멈추지 않도록 어느 곳에서나 무엇이 필요한지 서로 묻고 돕길 바란다. 한순간의 코로나 감염 확진자의 수만을 비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상생을 위한 행복과 웰빙의 방향 선택이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