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족, 지구 위해 대중교통이 필요한 이유 -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센터장
  전체메뉴
나와 가족, 지구 위해 대중교통이 필요한 이유 -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센터장
2025년 06월 09일(월) 00:00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교통 체증과 꽉 막힌 도로, 그 안에서 스스로 묻게 된다. “왜 우리는 여전히 차를 타고 있을까? 자동차는 정말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문명의 선물일까?”

돌이켜보면 자동차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줬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차 안에서 보내는 1시간만 줄여도 아이와 아침 식탁에 앉을 수 있고 걷기 습관만 늘려도 혈압과 체중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이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광주에 사는 수많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의 도구이자 지구를 살리는 시스템이며 삶의 질을 회복하는 열쇠다.

전 세계 도시와 연구기관은 대중교통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수치로 입증한다. 일본 오사카에서 6천명을 조사한 결과 자가용 이용자보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비만율은 44%, 당뇨병 위험은 34%, 고혈압은 27% 낮았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연구에서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1% 증가하면 지역 비만율은 0.47% 감소했다. 런던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자는 차량 중심 교외 거주자보다 하루 평균 20분 더 걷고 심장질환 위험도 낮았다.

우리는 단지 버스 한 정거장, 지하철 몇 구간을 이동하는 사이에도 더 건강해지고 있다. 건강은 신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건강도 교통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자가용 통근자는 대중교통 이용자에 비해 불안감이 21%, 우울감은 19% 더 높고 수면 질도 낮았다. 반면 스웨덴 예테보리에서는 버스와 트램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았고 노인의 경우 사회적 연결이 정신건강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광주의 고령 인구는 이미 18%를 넘어섰다. 교통은 ‘탈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을 연결하는 기반이다. 대중교통은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의 건강과 일상, 공동체 참여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중교통의 환경적 효과도 크다. 프랑스 파리는 차량 제한과 인프라 확대로 20년간 초미세먼지를 55%, 이산화질소를 50% 줄였다. 도쿄는 대중교통 이용률이 78%에 이르며 교통 부문 탄소 배출은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뉴욕은 미국 전체 대중교통 승객의 40%를 수용하며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미국 평균의 절반인 연간 7.5톤에 불과하다. 캐나다 밴쿠버는 자동차 사용률을 10년간 20% 줄인 결과 초미세먼지는 32% 감소했고 호흡기 질환 진료비는 연간 1500만 캐나다 달러가 줄었다.

공기를 바꾸는 데 수십 년이 필요하지 않다. 차량 통행이 줄어드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대중교통 확대는 건강·환경·기후 대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다.

광주는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체계가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나름 갖춰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는 ‘교통 시스템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쓰고 있느냐’다. 자가용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일부 지역은 버스를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며 교통약자를 위한 정류장 접근성도 부족하다.

이제 교통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생활권을 기준으로 한 교통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 친환경 저상버스 및 전기버스를 확대하고 어린이·노인 보행 중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버스 우선 신호체계·전용차로를 재정비하면서 혼잡통행료 또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것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발상의 전환이고 현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또한 건강 정책이자 환경 정책이며 돌봄 정책이다. 대중교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건강한 도시를 위한 필수 기반이자 나와 가족,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사회적 투자다.

서울이든 파리든 변화한 도시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책이 길을 열면 시민은 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제 광주도 그 길에 들어서야 한다. 나와 가족의 삶을 바꾸고 다음 세대에게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남겨주기 위해서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