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가해자들의 부정한 재산 환수하자 -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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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가해자들의 부정한 재산 환수하자 -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
2025년 10월 13일(월) 00:20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은 탐욕에 가득찬 권력자와 몇몇 군인들이 야합하여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키는 장면을 전국에서 TV 생중계로 목도했다.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여의도로 달려가 국회를 침탈하려했던 특수부대 대원들을 맨 몸으로 막아섰고, 계엄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해제되었다. 계엄군이 무고한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총칼로 짓밟았던 5·18을 온몸으로 겪은 당사자들과 광주시민들은 특히나 수천 개의 영현백(시신담는 백) 뉴스 앞에 몸서리를 쳤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목적 살인의 주범 전두환이 사형당하지 않고 자연사하고, 그들이 불법적으로 찬탈한 권력을 누리며 쌓은 거대한 재산을 빼앗기지 않고 3대까지 상속하는 모습을 보았던 사람들이었기에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기껏해야 1년여 징역만 살면 사면되어 떵떵거리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례를 직접 보았으니 욕심이 날만도 했으리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국민의 기본권에 기초한 3심제 사법제도 위에 서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 정의란 역사적 평가에 의한 역사정의·사법정의에 더하여 경제정의까지 갖추어야 비로소 전방위적으로 완성된 정의가 될 것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경제정의이다. 1997년까지 진행된 신군부의 사법적 단죄에서 기소자 64명 중 17명만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중 재산형 선고로는 전두환에게 추징금 2205억 원, 노태우에게 2638억 원이 전부였다. 수조 원을 상회할 전두환 일가의 재산은 손자 전우원에 따르면 이제 3대까지 거의 상속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노태우의 딸 노소영은 최태원과 이혼과정에서 과거 SK텔레콤 인수비용에 포함된 300억 원을 자기 집안에서 주었다고 해 비자금의 존재를 실토했다. 정호용, 허화평, 허삼수 등도 기존 보도에 따르면 최소 천억 원대 이상의 재산이 있다고 한다. 이들이 내란에 의한 권력찬탈을 하지 아니하고서 군인으로 끝났다면 이만한 재산이 있을 리가 없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고 했다. 5·18뿐만 아니라 5공이래 행해진 삼청교육, 강제징집, 간첩조작, 사북항쟁의 피해자들을 합치면 거의 5만 명에 이른다. 이들 상당수는 국가폭력 아래 구금과 고문의 고초를 겪어 몸은 망가졌고 트라우마로 마음도 무너졌으며, 감시와 방해로 경제적 터전도 잃어 기초생활 수급자 또는 차상위자 신세다.

이 기가 막힌 부조화가 계속되는 나라가 어찌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조국이겠는가? 피해자에게는 배상과 예우, 가해자들에게는 마땅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불법의 결과로 벌어들인 재산을 그대로 누리도록 놔둔다면 그것이 어찌 마땅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격언도 있거니와, 작가 알베르 까뮈는 과거의 범죄에 대한 관용은 미래의 범죄에 대한 격려라고 일갈했다. 2005년 국회는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을 제정하여 불의한 재산을 소급하여 국가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내란에 의해 세워진 5공에서 부와 권력을 누렸고 대물림하고 있는 자들에 대하여 경제정의를 다시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야욕에 물든 정치인이나 군인들이 다시 내란을 시도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 내란을 막아주어 새롭게 들어선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였다. 주권자인 우리는 강력히 요구한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반란군 지도부로 일하다 고관대작의 권력을 누리면서 축적한 불의한 재산을 샅샅이 파악하여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쳐야 한다. 나아가 국회는 지금이라도 5공정부축재환수특별법을 제정하여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진리는 연착하는 기차라고 했다. 철도를 출발한 기차는 종착지에 도착하지 않고 중간에 서 있을 수는 절대로 없다. 아무리 늦더라도 끝내는 도착해야만 하는 것이 기차의 책무다. 불의한 재산의 축적자들이 상존하고 있음이 사실일진대, 그들의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일 또한 진리이다. 진리를 밝히기 위해 국회가 의무를 다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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