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가르는 고속도로, 확장이 아닌 전환을-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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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를 관통하는 호남고속도로는 1970년대 중반, 도시의 외곽을 따라 U자형으로 개설되었다. 당시만 해도 인근은 주거와 상권이 드물었고, 고속도로는 외곽을 빠르게 잇는 교통망이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외곽은 도심이 되었고, 고속도로는 북구 주민의 삶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남았다.
특히 동광주IC에서 문흥동을 지나 서광주IC까지의 구간은 통과 교통이 주를 이룬다. 하루 평균 2만 9000대가 동광주IC·동림IC로 들어오지만, 서광주IC·용봉IC를 통해 빠져나가는 차량은 절반인 1만 4000대 남짓이다. 북구를 목적지로 하지 않는 차량이 절반 이상이고, 정작 주민은 도로의 편익을 누리지 못한다. 오히려 소음·분진·교통 단절·침수 위험만 떠안고 있다.
이 구간을 확장하자는 주장은 교통 체증 해소를 내세운다. 그러나 확장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도로는 넓히면 더 막히는 ‘유발 교통’의 역설이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게다가 이번 사업의 총사업비는 7934억 원, 광주시 분담금만 최대 5000억 원에 이른다. 내년부터 매년 1000억 원을 지방채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광주시가 주민에게 피해만 안겨주는 사업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첫째, 외곽 순환선 완성이다. 북광주IC와 북광산IC를 잇는 외곽 구간이 연결되면 통과 교통은 도시 밖으로 우회할 수 있다. 현재 구조는 “광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북구를 지나야 하는” 강제 경유 체계다. 외곽 고리가 닫히면 장거리·화물 차량은 도심 한복판을 관통할 필요가 없다. 이는 내부 교통량을 구조적으로 줄이고, 사고와 소음, 분진까지 동시에 완화한다. 더욱이 이 구간은 광주 행정구역 밖을 지나므로 국가 기간망을 운영하는 한국도로공사가 예산을 직접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 광주가 빚을 내며 내부 확장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
둘째, 내부 구간은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동광주IC 인근의 문흥동 상습 침수 지역은 습지와 저류지로 전환해 기후위기 시대의 안전망으로 삼을 수 있다. 평소에는 녹지와 공원으로 활용되고, 집중호우 시에는 물을 품어내는 다기능 공간이 된다. 현재 북구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는 공원과 보행로, 자전거길로 재편해 생활권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하고, 주민들이 걸으며 교류할 수 있는 길로 바뀌는 순간, 고속도로는 단절선이 아닌 연결선으로 전환된다.
셋째, 생태문화벨트 조성이다. 광주비엔날레, 문화예술의전당, 광주시립미술관을 하나의 녹지축으로 이어내면, 북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도시재생 모델을 가질 수 있다. 자동차가 점령했던 길 위에서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주말이면 시민이 산책과 여가를 즐기며 머무른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축은 광주가 예향(藝鄕)이라는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무대가 된다. 이는 단순한 도시미관 개선을 넘어, 저성장 시대 광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서울 경의선 숲길,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듯, 광주 역시 도심 속에서 생태와 문화를 결합한 혁신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전환은 단순히 북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성장 시대 광주가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외연을 확장하는 개발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창의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낡은 고속도로를 생태와 문화의 공간으로 바꾸는 발상은, 경제가 정체된 시대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이자 혁신적인 해법이다. 서울 경의선 숲길,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그랬듯, 광주도 도심 한가운데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외곽이었던 길이, 지금은 도심을 가르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듯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더 넓은 차로가 아니라 더 나은 도시, 확장이 아니라 전환, 도로가 아니라 공원, 통과가 아니라 삶. 그것이 북구 주민에게 공정하고, 저성장 시대 광주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길이다. 이제 광주는 지나가는 속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속도를 선택해야 한다.
이 구간을 확장하자는 주장은 교통 체증 해소를 내세운다. 그러나 확장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도로는 넓히면 더 막히는 ‘유발 교통’의 역설이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게다가 이번 사업의 총사업비는 7934억 원, 광주시 분담금만 최대 5000억 원에 이른다. 내년부터 매년 1000억 원을 지방채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광주시가 주민에게 피해만 안겨주는 사업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 내부 구간은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동광주IC 인근의 문흥동 상습 침수 지역은 습지와 저류지로 전환해 기후위기 시대의 안전망으로 삼을 수 있다. 평소에는 녹지와 공원으로 활용되고, 집중호우 시에는 물을 품어내는 다기능 공간이 된다. 현재 북구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는 공원과 보행로, 자전거길로 재편해 생활권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하고, 주민들이 걸으며 교류할 수 있는 길로 바뀌는 순간, 고속도로는 단절선이 아닌 연결선으로 전환된다.
셋째, 생태문화벨트 조성이다. 광주비엔날레, 문화예술의전당, 광주시립미술관을 하나의 녹지축으로 이어내면, 북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도시재생 모델을 가질 수 있다. 자동차가 점령했던 길 위에서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주말이면 시민이 산책과 여가를 즐기며 머무른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축은 광주가 예향(藝鄕)이라는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무대가 된다. 이는 단순한 도시미관 개선을 넘어, 저성장 시대 광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서울 경의선 숲길,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듯, 광주 역시 도심 속에서 생태와 문화를 결합한 혁신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전환은 단순히 북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성장 시대 광주가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외연을 확장하는 개발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창의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낡은 고속도로를 생태와 문화의 공간으로 바꾸는 발상은, 경제가 정체된 시대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이자 혁신적인 해법이다. 서울 경의선 숲길,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그랬듯, 광주도 도심 한가운데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외곽이었던 길이, 지금은 도심을 가르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듯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더 넓은 차로가 아니라 더 나은 도시, 확장이 아니라 전환, 도로가 아니라 공원, 통과가 아니라 삶. 그것이 북구 주민에게 공정하고, 저성장 시대 광주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길이다. 이제 광주는 지나가는 속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속도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