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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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
2026년 01월 05일(월) 00:20
지난 을사년은 을사늑약이라는 국권 상실의 비극이 있은 지 두 번째 회갑, 곧 12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해는 국권을 잃은 모든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서러움에 젖었지만, 지난해 을사년 4월 4일에는 내란의 수괴인 대통령을 헌법재판소에서 판결로 파면시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 낸 해였다. 전전 해인 2024년 12월 3일 불법 무도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친위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키자 의로운 국민들이 여의도로 달려가 맨몸으로 중무장한 계엄군에 맞서서 내란을 막아내니, 국회는 재빠르게 계엄 해제를 의결하여 국가폭력을 중지시킬 수 있었다.

그런 정치적 소용돌이를 목격하면서 나는 바로 “5·18 정신이 나라를 살렸다”라는 칼럼을 신문에 기고하여 위대한 광주의 저항정신이 나라를 구한 역사적 사실을 대서특필하였다. 그 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간, 모든 언론과 국민의 여론은 이론(異論) 없이 5·18 정신이 내란을 막아 망하던 나라를 구해냈음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 위대한 5·18 정신은 끝내 나라를 구해낸 장엄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이르렀다.

광주가 어떤 곳인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군홧발에 짓밟힌 곳, 수천 명의 양민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한 곳,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국가폭력에 무릎 꿇지 않고 일어선 곳,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으로 맞선 곳, 그곳은 빛고을 광주였다. 그래서 광주는 민주주의 성지이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기억하면 광주는 또 독립운동의 성지였다.

죽음을 불사하고 계엄군의 총칼 앞에 맨몸으로 막아서는 5·18 정신은 2024년 12월 3일 야밤 여의도에서 다시 살아난 반란군들의 총칼 앞에 맞서고 장갑차 앞에 막아서는 의혼을 발휘했으니, 5·18의 교훈은 역사적 교훈이 되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애국심으로 다시 살아났었다. 여의도의 저항운동에 그치지 않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눈보라에 묻히면서도 끝까지 저항하던 정신, 남태령에서 경운기를 이끌고 서울로 진입하던 저항, 모두 5·18 정신이 함께 해 준 뜨거운 의혼의 승리였다.

북한 공산군이 쳐들어와 일으킨 공산 폭동이니, 불순분자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온갖 거짓 선전으로 위대한 민주시민들을 내란폭동으로 몰아 집단 발포로 학살하고 감옥에 넣어 얼마나 많은 고문을 가했던가. 그래도 민주 시민들은 총칼에 굽히지 않고 오히려 총을 들고 도청을 사수하는 저항정신을 잃지 않았었다. 그런 무서운 저항정신이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부활하여 우리는 끝내 윤석열을 파면시켜 감옥에 보내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 새로운 역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더디고 마음에 맞지 않는 수사와 재판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는 해주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내란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다시는 그런 내란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문제는 금년 병오년의 일이다. 어떻게 해야 내란 세력들의 악행을 제대로 찾아내 법대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해야 그들의 반란심을 발본색원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영구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이다. 내란의 수괴는 형량이 무기 아니면, 사형뿐이다. 과연 이런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5·16 쿠데타 등 수많은 내란에 법대로 처벌하지 못했던 잘못으로 12·3 쿠데타를 또 겪어야 했던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5·18 정신의 영원한 승리를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하여 헌법 전문(前文)에 5·18 정신을 확고하게 넣어야 한다. 내란 세력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헌법에 명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내란 세력의 척결과 동시에 헌법개정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가능한 빠른 시일에 이룩해 내야 한다.

역사는 정의와 진실을 갈구하고 있다. 5·18 정신이 나라를 살려낸 엄연한 사실을 목격하고도 헌법전문에 5·18 정신의 수록을 늦출 이유가 있겠는가. 국민적 합의가 무르익은 이제, 헌법개정을 통한 내란의 영구적 추방은 오직 제도적 장치를 분명하게 하는 일이다. 국가폭력에는 목숨을 걸고 싸웠던 5·18 정신이 살아 있을 때에만 민주주의는 지켜지고 내란은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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