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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주 신창동 예지책방
꿈꾸는 그림책, 재미난 감동들
딸은 책방지기 엄마는 연구가 ‘그림책 전문 책방’
전문 연수·지도자 발굴 ‘그림책 연구소’도 함께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초등 희망교실 프로그램
좋은 책 아이들에 읽혀주고 싶어…SNS 통해 추천
2020년 05월 13일(수) 00:00
‘예지책방’은 그림책 연구가 엄마와 책방지기 딸이 함께 운영하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일상을 살면서 감동을 주는 순간들이 있고, 감동을 주는 책들도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하나가 그림책이다. 책 한 페이지에 가득 그림이 담기고 짧은 글 밥이 담긴 그림책 말이다. ‘그림책이요? 유아들이 보는 그림책을 말하는 건가요?’라는 반응일 수도 있지만, 그림책에 한번 빠지게 되면 예술과 철학, 문학이 통째로 담긴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행히도 동네책방에는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책방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그림책이 좋아서를 넘어 그림책 지도사 자격을 갖춘 이들이다. 그림책 교육을 받고 읽고 대상별 어떻게 읽혀야 되는지를 보고 연령별 적절한 그림책을 선별하는 정도를 하는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그림책방을 열고 있다.

광주에는 이제 오픈한지 1년 3개월째인 그림책 전문 서점 ‘예지 책방’(광주시 광산구 신창동 1148-2)이 있다. 책방지기의 차예지씨의 이름을 따왔다. 예지라는 이름은 ‘예쁘고 지혜롭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따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영향은 이름을 지어준 엄마에게 있다고 한다.

예지책방은 ‘노미숙 그림책 연구소’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책방지기의 엄마이다. 자기 이름으로 활동하는 엄마를 보고, 엄마와 함께 책방을 오픈하면서 본인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노미숙 그림책 연구소의 대표 노미숙씨는 전국에서 그림책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분으로 전국과 광주에서 강연과 지도자 발굴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다. 모녀가 함께, 그리고 그림책연구소를 같이 운영하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그림책 전문서점인거다.

서점 구석구석에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그림책이 전시돼 있다.
모녀가 운영하는 책방은 어떨까? 책방과 그림책 연구소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책방과 교육의 업무가 분담이 되어 있어서 서로 협업하며 상생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는 그림책 전문 연구가이고, 딸은 그림책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멋있는 한 쌍이다. 광주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예지책방은 연구소와 같이 운영되다 보니, 그림책 수업과 전문 연수를 듣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이 자연스럽게 책방 손님으로 이어진다. 수업 중에 마음에 닿았던 책을 바로 구매 가능하고, 지역에서 함께 상생하는 동네책방의 중요성도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그림책 연구소가 있으니 책방지기도 자주 교육을 받고, 오시는 분들에게도 더 전문성 있게 그림책을 추천해 줄 수 있다고 말하니, 그림책과 책방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 묻어난다.

특히나 자녀들에게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은 분들은 어디서 어떻게 수업을 받아야 할지 모르거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동네책방에 편하게 들러 원 데이 클래스에서부터 전문연수, 자격증반 교육으로 누구나 그림책을 접할 수 있는 교육이 상시 있고, 바로 옆에는 대상과 연령, 주제별로 큐레이션 되어 있는 책을 만날 수 있다니 꼭 추천하고 싶은 책방이다.

책방 손님의 연령대를 생각하면 당연히 성인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예지책방을 찾는 손님의 연령대는 더 넓다. 엄마 품에 안겨 오는 6~7개월 아가 손님부터 출발한다.(웃음) 아가 손님들이 어떻게 책을 고르냐는 질문에 먼저는 아이와 친해진 다음에 그림책 칸을 정해서 한 권 한 권 ‘이거 할까?’, ‘저거 할까?’를 물어봐 준다. 그러면 손에 쥐고 안 놓는 책이 있다고 한다. 바로 엄마 계산이 당첨되는 책이다.(웃음) 그림책 서점이라 확실히 최연소(?) 손님들이 많이 온다.

그림책 연구소 공간에서는 다양한 강좌가 펼쳐진다.
작년부터는 초등학교 희망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과 4~5명의 아이들이 책방을 방문한다. 30~40분 동안 책방을 둘러보고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본인이 골라서 읽고 발표도 하는 시간이다. 끝나고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그림책 한 권을 직접 골라서 사가기도 한다. 저학년은 공룡, 방귀가 등장하는 책을 가장 좋아하고 특이한 건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아이 취급하지 않는 그림책 중에서도 진지하고,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을 존중해야지) 고학년들은 스스로들 그림책을 볼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예술 그림책을 중점으로 본다.

책방지기인 나도 다른 어떤 책들보다 그림책을 선정하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 가끔 예지책방 SNS를 소개하는 책들을 보기도 했는데, 예지책방 사장님의 큐레이션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나 큐레이션 한 책을 아무런 대가없이 당연하게 가져가기만 하는 분들을 볼 때 힘이 들기도 하다. 하루는 책방을 열지 않는 날이었는데 초등학교 한 선생님이 급하게 책 목록을 요청하셔서 보내드렸다. 그런데 예산이 없다며 다음에 구입하겠다고 하신거다. 고민 고민해서 보낸 책 목록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 구입을 하신 거였다. 좋은 책을 아이들에게 읽혀주고 싶어서 시작 한 책방이다. 그렇기에 큐레이션을 대충 할 수가 없다. 정말 한 권 한 권 심혈을 기울이는데 ‘한 100권만 보내줘봐요’, ‘이런 책들 몇 개만 줘봐요’ 하고는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정반대되는 일도 있었다. 최근 병설 유치원 선생님이 책을 주문하겠다고 전화하시고는 “큐레이션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오픈하고 1년 3개월 만에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그 말 한마디가 감동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는 책을 큐레이션 하는 노고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이 나는 경우도 많다. ‘애들이 보는 그림책으로 뭘 한다는 거지’라고 생각하셨던 어른들도 엄마가 하는 그림책 수업을 듣고는 시선이 달라진다. 어른이 봐도 충분히 좋은 그림책들이 많다. 우리의 부모님을 담은 그림책, ‘나’보다는 누구의 아빠와 엄마로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해 주는 책들. 그림이 주는 예술적인 부분과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마음을 달래준다. 몇 페이지 되지 않고 글도 얼마 안 되지만 더 큰 감동을 준다.

또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 손님 때문에 너무 즐겁다. 아이들이 왔다가 가면 책방지기도 그림책 연구소장인 엄마도 하는 말이 있다. “책방 하기 잘했다.” 아이들이 책방에 들어오면서부터 “선생님, 저 책 싫어해요”, “책 읽어주지 마세요” 이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책방을 나갈 때는 직접 고른 책을 품에 안고 배꼽인사를 한다. “선생님, 다음에 또 올게요” 그런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를 데리고 온다. 인터뷰를 하면서 책방지기인 나도 아이들이 모습이 그려져서 흐뭇하기도 하면서 뭉클해졌다.

예지책방은 새로운 꿈을 꾸며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2층 주택으로 된 책방을 운영하는 거다. 1층에서는 그림책을 팔고 2층에서는 아이들과 학부모, 선생님을 위해 그림책 수업을 열리는 곳이다. 편하게 놀러 왔다가 그림책이 좋아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가는 곳, 책을 사서 엄마랑 동생이랑 즐겁게 책을 보고 가는 곳, 사장님의 바람처럼 언제든 들러도 좋은 책방이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예지책방’이 추천합니다>

몸집이 작다고 해서, 힘이 없다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 없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봤자 개구리’(장현정·모래알)는 ‘나’를 잃어버리고 살았던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이다.

“오늘은 어떤 마음을 먹었나요?” ‘마음먹기’(글 자현·그림 차영경·달그림)에서는 다양한 ‘마음 요리’를 통해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전하고 있다.

“아버지 이제 당신을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커다란 손’(최덕규·윤에디션)은 책을 감싸고 있는 손 모양의 띠지를 올리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아버지를 안아드리는 느낌이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