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광주 동명동 리을피읖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책을 팔지 않는 책방’
![]() |
![]() 서점 리을피읖은 수집한 사진집을 전시하고, 사진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
![]() 지역 출판사를 소개했던 활동을 모아둔 서가. |
이제 사진책방 리을피읖은 수집한 사진집을 전시하고, 사진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윤 작가는 새로 출간된 사진집의 작가를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사진 전시를 하는 공간으로 서점을 탈바꿈시켰다. 역설적이게도 책을 팔지 않는 서점이 오래 간다. 책을 둘러싼 소비문화의 저변이 허약한 탓이다. 아마도 먼훗날에도 동네서점이 존재한다면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지식이나 정서를 ‘거래’하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 |
그러므로 이 서점은 어떤 흥얼거리는 고양감과는 거리가 멀다. 동네 미장원이었다가 오래 빈집이었던 곳에 스며든 공간적 특성이 이름과 똑 닮았다. 알루미늄 뼈대로 된 갸냘픈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운데 테이블과 오른쪽 서가에 사진집이 채워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작품집인데, 아마도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 카메라의 시선을 두는 이 서점 주인의 사진 작업이 자연스레 연상되어서일 테다.
![]() 사진집을 모아둔 서가. 특정 지역을 담은 사진집이 많다. 서가 위쪽에는 길에 버려진 금박자개상을 걸었는데 이 문양은 보기 드문 것이라고 한다. |
![]() 서점 주인이 수집한 공중전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이 서점을 찾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서점 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꼭 보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낮은 지붕집과 이층 양옥집과 빌라형 주택과 그리고 그뒤로 한창 지어올리고 있는 아파트의 풍경을, ‘나의 도시 광주’가 현재형으로 보여주는 시간의 켜를.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이 서점 주인의 사진 작업을 볼 수 있는 인터넷 계정(instagram.com/mutegraphy/ facebook.com/gwangju.everyday)도 살펴보았으면 한다.
하루빨리 리을피읖이 다시 문을 열기를 바란다.
/신헌창 책과생활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리을피읖’이 추천합니다
![]() |
▲‘최광호 사진 공부-뉴욕’
최광호 사진작가가 30여 년 전인 1988년부터 1994년까지 뉴욕 유학 시절에 찍은 미발표 사진을 담았다. 피아노의 거장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타계 1년 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당시(1988년)에는 최광호 작가가 동네 노인인 줄 알고 찍었다고 한다. 사진집 출간과 함께 책방에서 토크를 열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된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최광호 지음>
![]() |
▲‘목욕하는 여자: 박화야 사진 에세이’
현재 절판된 책으로 당시 출판사의 책 소개를 인용하면, “2년 반 동안 광주 충장로의 목욕탕을 하루도 빠짐없이 작가가 직접 드나들면서 그곳에 출입하는 주부, 할머니, 교사, 외국인, 술집아가씨 등과 ‘알몸의 교감과 소통’을 나누며 여성의 육체 속에 담겨 있는 눈물과 웃음과 회한과 상처를 카메라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진작가 박화야의 사진 에세이집”이다. 서점 주인이 가장 많은 이에게 추천하는 사진책으로 박화야 작가는 이 책 한 권을 내고 거의 작품활동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박화야 지음>
![]() |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서점 주인이 작가로서 가장 존경하는 작가 이지누의 책이다. 이지누 작가는 한국 문화를 사진과 글로 밀도 있게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는 성주 수륜면 작은동의 깊은 산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다간 문상의 할아버지를 작가가 1999년부터 3년간 찾아가 만난 기록을 담은 책이다.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는 이지누 작가의 ‘폐사지 답사기’ 첫 번째 편으로, 한반도에서 독특한 불교문화의 흔적을 보여주는 전남의 폐사지 9곳의 100컷이 넘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이지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