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앤프리는 지난 6월부터 광주 지역 곳곳에서 책을 매개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 동네 책방들을 소개해 왔었다. 책과 함께 책방 주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접목한 서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림책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서점, 책과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서점, 음식과 함께 매달 주제에 맞는 책을 판매하는 서점, 문학을 전문으로 시인과 함께 낭독회를 진행하는 서점이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서점 역시 또 다른 색깔로 책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책방은 ‘식물’을 아이템으로 하고 있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식물 책방을 연 곳은 광주 봉선동에 위치한 ‘Dear, green(디어 그린)’(남구 봉선동 1072-5)책방이다. 식물과 식물에 관련된 서적을 주로 판매하고 있고, 양림동에서 문구와 책을 겸한 서점을 운영하다가 작년 봉선동에서 새롭게 오픈했다.
 디어그린 입구 모습. |
봉선동 골목길에 위치한 책방은 입구에서부터 초록색 식물들이 가득이다.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싱그러움 가득한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책과 식물이 가득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디어 그린’ 김하영 대표는 넓은 테이블에 앉아 부드러운 미소로 들어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식물이 눈에 가득하니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아 나도 책방주인의 미소에 절로 화답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웹디자이너이기도 하고, 가드닝 전문가이기도 한 재주꾼 사장님이다. 공간에서는 책방 주인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식물과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김 대표의 삶의 주 키워드는 아날로그 감성, 자연스러움, 일상에 스며듦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디자인에서도 식물에서도 책에서도 이 세 가지를 중점으로 두고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성공을 강요하는 자기 계발서 서적은 책방에 놓지 않는다. 스스로도 신이 나서 파는 책은 디자인, 예술, 여행, 식물 서적이다. 이 분야의 책들은 굳이 사지 않아도 즐거움을 다른 사람도 공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오랫동안 그렇게 책을 판매하고 있어서 단골손님들도 책방 사장님과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책방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광주시 남구 봉선동 골목길에 위치한 책방은 입구와 내부 모두 초록색 식물들이 가득하다. |
책방 안에서 식물을 이야기하고 판매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식물을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나름의 철칙이 있다. 식물을 처음 키워보는 초보 손님에게는 원하는 식물이라도 키우기 어려운 건 절대 권하지 않는다는 거다. 첫눈에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까다로운 식물을 선택하면 일주일 만에 죽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식물 키우는 즐거움을 놓쳐버리면 그게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초보 손님들한테는 책상에 심플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작은 식물을 선물로 잘라서 드리기도 한다. 이 작은 초록이 주는 행복을 잠시라도 느껴보고 조금 더 키워보고 싶다면 키우기 쉬운 식물부터 알려드린다고 한다. 그렇게 오기 시작한 손님들하고 식물 이야기로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책방 주인이다.
책도 초보들이 볼 수 있는 쉬운 책들, 그림이 많고 설명이 간략한 책, 삽화가 많이 들어가 있고 문장 자체도 대화하듯이 쓴 책들 위주로 소개한다. 또,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마당에 있는 식물, 조경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런 분들에게는 원예, 정원 가꾸기에 관한 전문서적을 권해드리고 분갈이와 가지치기에 대해 더 알려드리고, 사진으로 식물을 보면서 문제가 있을 때는 사장님만의 해결책도 알려 드린다. 때로는 조경이 잘 되어 있는 곳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함께 가기도 한다. 가까운 곳으로는 사계절 내내 조경이 잘 되어 있는 ‘문화의 전당’이고 여유가 될 때는 고창 ‘상하목장’을 가는데 그렇게 본인도 한 바퀴 돌면서 공부한다는 거다. (와. 사장님 멋지다) 어떤 손님들이 그런 기회를 갖게 될까? 식물과 책을 많이 샀다고 해서 친분이 생기는 건 아니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식물을 좋아하고 알고 싶어 하는구나, 느껴지는 분들과 간다고 한다. (사장님, 저하고 이야기할 때도 느껴지셨나요? 저도 ‘상하목장’가고 싶어요)
식물 초보인 손님들을 만나 점점 식물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장님. 서점에 직접 와서 알려주시거나 사진으로 보내주시는 손님들과의 교류가 즐겁다고 하신다.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으면 여기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교류하면서 식물과 식물에 관련된 책을 좀 더 좋아하게 되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그렇다. 러브앤프리를 운영하는 나도 그런다. 동네 책방의 주인장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디어 그린 사장님의 다음의 꿈은 뭘까? 서점을 운영을 해본 경험자라면 많이들 알고 있는 일본의 ‘치타야 서점’ 같은 복합공간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책과 함께 문구도 있고, 식물도 있고, 예술작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말이다. 혹시나 그 꿈을 이룰 수 없을지라도 꿈을 계속 꾸면 지금의 디어 그린이 근접해 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면서 개인의 취미활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초록 초록한 식물을 키워보는 즐거움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초보자도 경험자도 각각에 맞는 식물 이야기와 당신에게 어울리는 식물과 책들을 소개하고 알려주는 디어 그린 사장님을 만나보자. 입구부터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주말엔 작은 식물과 그림이 가득한 식물 책 한 권을 집으로 가져가도 좋겠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Dear, green’이 추천합니다>
▲가드너 다이어리
식물에 관한 모든 것들이 이해하기 쉽게 삽화와 간단한 설명으로 구성된 책. 이 책 한 권이면 누구나 가드너가 될 수 있다. <국립수목원 지음>
▲아무튼, 식물
일상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을 소소한 경험과 함께 이야기하듯 써 내려간 에세이.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들은 식물을 키우는 관점을 좀 더 섬세하고 행복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임이랑의 ‘식물 수다’라는 팟캐스트도 추천한다. <임이랑 지음>
▲식물과 함께 사는 집
식물을 기를 때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 식물을 키우면서 행해지는 다양한 작업들을 초보자도 이해하고 적용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다. 식물을 활용한 홈스타일링 사진도 많아서 식물 관련 도서를 한 권만 추천한다면 추천해드리는 책이다. <캐로 랭턴·로즈 레이 지음>